조사 결과 형식으로 韓무인기 침투 주장
김여정 "서울에 무인기 뜨면 어떡할 건가"
우크라 파병 국제사회 비판에 정당화 이용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대한민국발 무인기에 의한 엄중한 주권 침해 도발 사건의 최종조사 결과를 발표"한다며 남한에서 보낸 무인기가 백령도에서 출발해 평양에 도착했다는 '비행 기록'을 공개했다. 북한은 평양 인근에서 발견한 무인기의 잔해를 통해 이같은 기록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북한은 28일 우리 군의 무인기가 평양에 침투했다는 주장을 거듭했다. 백령도에서 이륙해 날아왔다는 증거를 추가로 내세우면서다. 서울에 미상의 무인기가 띄워지는 가상의 상황을 제시하며 맞불을 놓을 수 있다고 암시하기도 했다.
이는 북한군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파병된 것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국제사회가 강경대응 기조를 보이자 명분싸움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이 북한의 방공망을 뚫고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강변을 반복함으로써다.
무인기 비행기록 내세우며 "韓군부가 주권침해"
북한 국방성은 대변인 명의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대한민국발 무인기에 의한 엄중한 주권 침해 도발 사건의 최종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무인기의 상세한 비행 경로와 계획 자료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3·9·10일 우리 군의 무인기가 평양을 침투해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하며 조사하겠다고 밝혔는데, 그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무인기에는 지난해 6월 5일부터 지난 8일까지 238개 비행 계획·이력이 담겨있다. 8일 외에는 모두 우리나라 안에서 비행한 기록이고, 계획에는 대북전단 살포 내용이 포함됐다.
무인기가 8일 평양을 침투한 비행경로를 밝히기도 했다. 23시 25분에 백령도에서 이륙해 황해남도 장연군과 초도 인근 해상과 남조압도 주변 해상까지 북상하다가 동쪽으로 방향을 바꿔 남포시를 거쳐 평양에 침입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침투한 무인기가 외무성·국방성 청사 상공에 전단을 살포했다는 게 북한의 주장이다.
국방성 대변인은 이를 ‘객관적인 증거’라고 주장하며 “무인기의 침입 목적이 반공화국 정치선동오물 살포이며 적대적 주권 침해 도발 행위의 주체, 그 시행자가 명백히 괴뢰 한국 군부 깡패들이라는 것을 폭로하고 있다”며 “우리 공화국에 대한 주권 침해 행위가 재발하는 경우 모든 화난의 근원지, 도발의 원점은 우리의 가혹한 공세적 행동에 의해 영영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최근 국가정보원이 북한 특수부대 병력의 대규모 러시아 파병을 확인하면서 국제사회가 들끓고 있다. 북한 측이 지난 19일 남한 무인기의 잔해라며 공개한 사진.연합뉴스
역지사지 강변하며 우크라 파병 정당화 이용 의도
같은 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에 나서 서울에 미상의 무인기가 침투하는 상황을 가정하며 맞불을 놓을 수 있다고 암시하기도 했다.
김 부부장은 "서울시 상공에 정체불명의 무인기가 출현하였으며 윤괴뢰(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는 삐라(전단)가 살포되였다"며 "우리 군부나 개별단체 또는 그 어떤 개인이 무인기를 날린 사실은 없으며 확인해줄 수 없고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정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더러운 서울의 들개 무리들이 어떻게 게거품을 물고 짖어대는지 딱 한 번은 보고싶다. 세상도 궁금해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가 해당 무인기를 띄운 주체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는 상황을 반대로 가정해 자신들이 피해자라는 명분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이처럼 북한이 이달 내내 무인기를 빌미로 주권을 침해당한 피해자인양 입장을 여럿 내는 건 명분싸움에 나선 것이다. 북한군의 우크라 파병이 알려지면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자 관심을 분산시키고 스스로 정당성을 부여하려 무인기를 이용하는 모양새다.
북한은 지난 25일 질의응답 형식을 빌려 우크라 파병을 우회적으로 인정하면서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하는 행동일 것”이라고 강변한 바 있다. 한국·미국·일본은 물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럽까지 북한군 파병 문제 대응에 나서자 급하게 정당화하는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우리 군의 무인기가 침투했다는 주장도 거듭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부지구 중요작전훈련기지 시찰 때 바로 옆에서 수첩을 쥐고 지시를 받는 김영복 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사진=뉴스1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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