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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이란-이스라엘 보복 일단락에 4% 급락

국제 유가, 이란이 이스라엘 공격에 자제하는 반응 보이자 4% 가까이 급락
중동 확전 우려 걷히면서 유가 하락
동계 난방 수요 및 中 수요 감소같은 거시 요인이 관건
이란이 대리 세력 이용해 다시 긴장 올릴 수도

국제 유가, 이란-이스라엘 보복 일단락에 4% 급락
이란의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27일 수도 테헤란에서 연설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국제 유가가 이란·이스라엘의 보복전이 일단락되고, 중동의 긴장이 한풀 가라앉으면서 4% 가까이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유가가 동계 난방 수요나 중국의 수요 부진같은 거시적인 요소에 따라 움직인다고 내다봤다.

28일 아시아 선물 시장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물 가격은 한국 시간 오전 8시 25분 기준으로 배럴당 68.8달러를 기록해 전장 대비 4.15% 하락했다. 같은 시간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72.65달러로 전장 대비 3.94% 떨어졌다.

브렌트유 시세는 이스라엘의 이란 석유시설 타격 우려로 인해 지난 7일 기준 약 한달만에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했다. 이란은 지난해 기준 세계 6위 산유국이다.

지난 1일 이란에게서 약 200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던 이스라엘은 26일 이란을 향해 대규모 보복 공격을 개시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2시 무렵 이란 테헤란과 후제스탄, 일람 등의 군사 시설을 전투기 탑재 미사일 및 무인기(드론)로 공격했다.

이란의 관영 IRNA통신은 해당 공격으로 4명의 군인과 1명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란 석유부는 이번 공격으로 석유 시설이 손상되지 않았으며 정상 운영 중이라고 알렸다.

이란의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27일 발표에서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저지른 악을 가볍게 여겨도, 과장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 정권의 오판은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며 "이란 국민의 힘과 의지를 전달하고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조치를 취하는 방식은 당국의 몫"이라고 밝혔다.

같은날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내각 회의에서 "우리는 시온주의 정권의 공격에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쟁을 추구하지는 않지만 국가와 민족의 권리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날 이란 외무부는 미국이 이번 공격을 공모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긴급 회의를 요청했다.

시장에서는 이란이 적극적인 반격 대신 절제된 언행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현지 투자 자문사 인프라캐피탈어드바이저스의 제이 햇필드 최고경영자(CEO)는 27일 투자자 보고서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은 에너지 시설을 피해갔으며 제한적인 범위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햇필드는 제한적인 공격으로 이란이 직접 분쟁에 휘말린다는 공포가 가라앉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동계 난방 수요와 여행 시즌을 감안하여 유가가 배럴당 75~95달러에서 움직인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영국 증권사 오닉스캐피탈그룹의 해리 칠링구이리안 조사부문 대표는 이스라엘의 보복이 “대단하지 않았고 비례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을 둘러싼 부진한 거시경제 문제가 유가를 더욱 끌어 내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미국 증권사 프라이스퓨처그룹의 필 플린 선임 시장 분석가는 중동 분쟁 및 석유 공급 불안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그는 27일 투자자 보고서에서 “비록 이란이 재 보복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대리 세력을 다시 규합해 어떤 식으로든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