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반도체 보조금' 입법 뜻 모았지만
용산 "재정지원 근거뿐, 보조금은 아냐"
당정 '포괄적 조항 합의' 두고 동상이몽
與 "여야 보조금 의무 합의하면 반대 못해"
政 "현행 지원 수준으로 법안심의서 설득"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운데)와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가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왜 AI와 반도체를 함께 이야기하는가?'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에 참석해 고동진 의원과 대화하며 반도체 웨이퍼 등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여야가 민생·공통공약 추진협의회를 꾸리며 1순위 과제로 반도체특별법을 꼽았다. 여러 진흥책이 담겼지만 골자는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직접보조금 지급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반도체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직접보조금이 지급되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재정지원 조항은 보조금을 특정하지 않는 선언적인 수준에 그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9일 본지와 통화에서 “반도체특별법은 ‘재정지원을 할 수 있다’ 정도이지, 보조금 지급이라는 개념으로 전환하는 건 아니다”며 “정부의 재정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 현행 지원과 달라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통령실과 정부에 따르면, 반도체특별법은 앞서 당정협의 과정에서 직접보조금을 두고 이견이 드러났다. 기획재정부는 난색을 표하면서다. 한동훈 대표가 힘을 실은 법안이라는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 탓에 밀린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왔다.
<2024년 10월 18일字 8면 보도 참조>
그러다 당정은 최근 보조금을 특정하지 않고 재정지원을 포괄적으로 담는 것으로 일단 중지를 모았다. 반도체특별법 논의가 속도를 낼 수 있게 된 배경이다. 이날 민생입법 과제 점검 당정협의에서 반도체특별법을 정기국회 내에 통과시키기로 뜻을 모은 것도 포괄적 재정지원 조항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속내는 서로 다르다. 국민의힘은 국회 법안 심의 과정에서 보조금 지급을 의무로 규정하는 조항을 여야 합의로 담겠다는 목표이고, 정부는 당정이 정리한 안을 기초로 포괄적인 임의규정에 그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고위관계자는 “보조금은 핵심적인 내용으로 야당안에도 있는 데다 정부도 원척적으로 동의했다”고 했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한 법안들도 직접보조금 의무규정을 담았기 때문에 법안 심의에서 여야가 합의하면 기재부가 반대만 할 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조금 지급을 명시한 법안은 국민의힘에선 고동진·송석준·박수영 의원안, 민주당에선 이언주 의원안 등이 있다. 특히 고동진·송석준·이언주 의원안의 경우 보조금 지급을 의무로 규정했다. 산자위에서 이들 법안들이 병합심사되는 만큼, 당정 합의와 별개로 여야가 보조금 지급 조항을 다시 논의하게 된다.
반면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보조금을 주는 미국·일본과 달리 반도체 생산시설이 이미 충분하기 때문에 세제지원이 낫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며 “반도체특별법은 포괄적으로 재정지원을 할 수 있다는 정도로, 현행 세제지원도 포함되는 개념의 조항을 담도록 법안 심의 과정에서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직접보조금이 우리 반도체 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하다. 현행 수준 재정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선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장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은 곤란하다”며 “재정지원을 할 수 있다는 정도만이 가능하다”고 일축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