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기 실리콘밸리특파원
미국 대선 레이스에서 단연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이며 지원군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 J D 밴스 부통령 후보보다 그의 존재감이 더 크다는 시각도 있다.
머스크가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8월부터다. 자신이 소유한 SNS 엑스(X·옛 트위터)에서 트럼프와 생중계 대담을 한 후다. 대담에서 머스크는 트럼프와 함께 바이든 민주당 정부의 규제와 친노조 정책을 깎아내리며 자신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성소수자 권리를 지지하는 민주당 정권 그리고 트랜스젠더인 자신의 딸과의 갈등은 그가 트럼프를 지지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이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유세장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자칫 한없이 무거워질 수 있었던 지난 5일 트럼프의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를 환호로 가득 차게 했다. 버틀러는 지난 7월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가 있었던 곳이다. 이 유세에서 머스크는 트럼프와 같은 거침없는 화법으로 트럼프 지지층을 결집시켰다.
트럼프 선거캠프에서 머스크의 존재감이 얼마나 묵직한지 잘 드러난 것은 지난 27일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 유세였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가 무대에 오르기 직전 유세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군 후 멜라니아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유세 무대에 오른 멜라니아는 바로 트럼프를 소개했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유세에 함께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연일 자신의 X 계정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머스크를 팔로하는 사용자가 2억200만명임을 감안할 때 그의 발언 하나하나가 상당한 파급력이 있는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유명 인사(셀럽)의 지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머스크와 같은 잘 알려진 기업인은 없다. 트럼프가 이번 대선 경제이슈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앞서는 이유다.
머스크는 SNS 발언과 유세 참여뿐 아니라 막대한 자금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안겨주고 있다. 머스크는 트럼프 선거캠프에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간 7500만달러(약 1044억원)를 기부했다. 또 이달 15일까지 보름간 4400만달러(약 612억원)라는 뭉칫돈을 건넸다. 그뿐만 아니라 머스크는 지난 19일 펜실베이니아 유세에서 처음으로 트럼프 지지자 1명을 뽑아 100만달러(약 14억원)를 줬다. 이후에도 당첨자에게 100만달러를 주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의 행동이 연방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법무부의 경고에도 머스크는 굴하지 않고 있다. 결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시 지방검찰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머스크의 행보를 보면 기업인으로서 이렇게 용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내일은 없다는 듯한 모습이다. 전기차 기업 테슬라, 우주기업 스페이스X, SNS기업 X 등 자신이 소유한 굵직한 기업의 미래는 생각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무모해 보기도 한다.
미국 대선 레이스가 막바지다.
선거가 일주일도 남지 않았는데 그 누구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누구든 전체 선거인단 538명 중 270명을 확보하면 승리한다. 현재 해리스는 캘리포니아주를 기반으로 225명, 트럼프는 텍사스주를 중심으로 218명의 선거인단을 사실상 확보한 상태다. 두 후보 모두가 95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7개 경합주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다. '투클로즈투콜'(too close to call·승패를 가리기 힘든) 상황이 이번 미국 대선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대선이 끝난 후 머스크의 위치가 궁금해진다. 트럼프와 함께 웃고 있을지, 선거운동을 한 것을 후회할지 말이다. 그리고 전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 미국에도 정치보복이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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