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자본 투입 차단… 내년부터 시행
홍콩·마카오 포함 우려국가 지정
냉전 중인 미중 관계 더 악화 우려
지난해 8월 중국의 첨단기술 개발에 미국 자본 투입을 차단한다고 밝혔던 미국 바이든 정부가 마침내 최종 시행규칙을 발표했다. 해당 규칙에 따라 미국 기업들은 내년부터 양자컴퓨팅, 인공지능(AI) 등 중국에서 개발되는 첨단기술에 투자하거나 관련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28일(현지시간) '우려국가 내 특정 국가안보 기술 및 제품에 대한 미국 투자에 관한 행정명령 시행을 위한 최종 규칙'을 발표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8월 9일 행정명령을 통해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 등 미국 자본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양자컴퓨팅, AI를 포함한 3대 산업에 투자하지 못하게 막는다고 예고했다.
재무부는 28일 최종 규칙에서 중국과 홍콩, 마카오를 '우려국가'로 지정했다. 이어 우려국가의 3대 산업에 투자하려는 미국인 및 미국 기업은 사전에 재무부에 투자계획을 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규칙은 내년 1월 2일부터 전면 시행된다.
미국 백악관은 재무부 발표 당일 "행정명령에 명시된 대로 최종 규칙은 미국에 심각한 국가안보 위협을 초래하는 특정 기술 및 제품과 관련된 특정 거래에 미국인이 관여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알렸다.
이어 "최종 규칙은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특정 기술 및 제품과 관련된 기타 특정 거래에 대해 미국인이 재무부에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규칙에 따라 미국인 및 미국 기업은 앞으로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특정 전자 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 특정 제조 또는 고급 패키징 도구, 특정 고급 집적회로의 설계 또는 제조, 집적회로용 고급 패키징 기술, 슈퍼컴퓨터와 관련된 거래 등을 할 수 없다. 집적회로 설계, 제작 또는 패키징 관련 거래에는 신고 의무가 주어진다.
양자컴퓨팅 분야에서는 개발 또는 생산에 필요한 핵심부품 생산, 특정 양자 감지 플랫폼의 개발 또는 생산, 특정 양자 네트워크 또는 양자 통신 시스템 개발 또는 생산 등의 거래가 금지된다. AI 분야에서는 모든 AI 시스템 개발과 관련된 거래가 금지된다.
해당 규칙을 위반한다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따라 민형사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미국 재무부는 최대 36만8136달러(약 5억원) 또는 금지된 거래금액의 2배 가운데 더 큰 금액을 벌금으로 부과한다고 밝혔다. 재무부 장관은 규칙 위반 적발 시 문제의 거래를 무효로 돌리거나 투자금 회수를 위해 필요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이미 새로운 냉전에 접어든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더욱 냉각시킬 수 있다. 바이든 정부는 2022년부터 미국 반도체 제작 설비 업체의 중국 수출을 제한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양국 갈등으로 인해 중국에 투자된 미국 벤처자금 규모가 최근 10년 사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에 맞서 반도체 기술자립을 추구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 5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3440억위안(약 66조4000억원)에 이르는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 3차 펀드를 추가 조성했다.
조치는 미국인 및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만큼 한국 기업에는 직접적 영향이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한국 기업들은 이번 조치로 인해 미국의 대중국 규제 강화를 걱정하고 있다.
28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현대차와 제너럴모터스(GM) 등이 가입된 미국 자동차 업계 단체인 자동차혁신연합(AAI)은 미국 정부에 중국 및 러시아산 부품의 판매금지 조치를 미뤄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3일 차량연결시스템(VCS)이나 자율주행시스템(ADS)에 중국이나 러시아와 연계가 있는 특정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차량의 수입과 판매를 금지한다는 규정을 발표했다.
상무부는 하드웨어 제한의 경우 2030년식 모델 또는 2029년 1월 생산분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AAI는 이번 제안에서 하드웨어 제한 적용 범위를 1년 뒤로 미뤄달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는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관계자는 "준수 의무자, 투자제한 대상 등을 볼 때 우리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 "국내 업계 및 전문가들과 면밀히 소통하면서 향후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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