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지원 근거 마련일뿐"
여야는 의무 지급 조항 추진
당정 '엇박자'에 논란 예고
국민의힘이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반도체특별법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동훈 대표(가운데)와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가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왜 AI와 반도체를 함께 이야기하는가?'를 주제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에 참석,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동진 의원의 설명을 들으며 반도체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여야가 모처럼 머리를 맞대 우선 처리법안으로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직접 보조금 지원이 골자인 '반도체특별법'을 꼽았지만, 대통령실은 법안이 통과돼도 직접 보조금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강제적 구속력이 있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정부는 재정건전성 등을 이유로 사실상 예산 지원이 어렵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재정지원 조항의 경우 보조금 지급을 특정하지 않는 선언적 수준에 그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9일 본지에 "반도체특별법은 '재정지원을 할 수 있다' 정도이지, 보조금 지급이라는 개념으로 전환하는 건 아니다"라며 "정부의 재정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 현행 지원과 달라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근 당정은 보조금 지급을 특정하지 않고 재정지원을 포괄적으로 담는 것으로 일단 중지를 모았다. 당정이 이날 민생 입법과제 점검 당정 협의회에서 반도체특별법을 정기국회 내에 통과시키기로 뜻을 모은 것도 포괄적 재정지원안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재정지원 방식과 규모 등을 놓고 정부와 여당의 이견이 커 법안이 통과돼도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국회 법안심의 과정에서 보조금 지급을 의무로 규정하는 조항을 여야 합의로 담겠다는 목표인 반면 정부는 당정이 합의한 안을 기초로 포괄적 임의규정에 그치도록 유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한 법안들도 직접 보조금 의무규정을 담았기 때문에 법안심의에서 여야가 합의하면 기재부가 반대만 할 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조금 지급을 명시한 법안은 국민의힘에선 고동진·송석준·박수영 의원안, 민주당에선 이언주 의원안 등이 있다. 특히 고동진·송석준·이언주 의원안의 경우 보조금 지급을 의무로 규정하는 게 골자다.
반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보조금을 주는 미국·일본과 달리 반도체 생산시설이 이미 충분하기 때문에 오히려 세제지원이 낫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며 "반도체특별법은 포괄적으로 재정지원을 할 수 있다는 정도로, 현행 세제지원도 포함되는 개념의 조항을 담도록 법안 심의 과정에서 정치권을 적극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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