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약국에서 약사가 입고된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비만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의 용량을 늘렸다가 급성 췌장염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30일 SCI급 국제학술지 ‘큐리어스’(Cureus)에 따르면 미국의 70대 남성이 세마글루타이드 용량을 늘렸다가 급성 췌장염으로 입원한 뒤 결국 사망했다. 췌장염은 세마글루타이드 부작용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 코네티컷 대학교 파밍턴 캠퍼스 내과 연구진에 따르면 2형 당뇨병, 심방세동, 관상동맥질환을 앓고 있던 비만 환자인 74세 남성 A씨는 심한 상복부 통증을 호소하며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검사 결과 중성지방과 칼슘 수치는 정상이었고, 복부 초음파에서도 별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입원 치료 중 분산성 쇼크, 신부전,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ARDS), 심정지로 인해 결국 사망했다.
A씨는 20년 전에 당뇨병 진단을 받았고, 비만까지 고려해 4년 전부터 세마글루타이드를 주당 0.25mg으로 복용하기 시작했고 이후 복용량을 2배(0.5mg)로 늘렸다.
연구팀은 "이 환자는 약물을 0.5㎎으로 늘린 뒤 심한 구토 메스꺼움, 변비 등의 부작용을 겪고 다시 용량을 0.25㎎ 줄였으나, 높은 용량의 세마글루타이드를 견디지 못해 급성 췌장염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했거나 보충제, 약초를 사용한 적이 없는 만큼 약물에 의한 췌장염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사례 보고에 따르면, 세마글루타이드는 노출 직후에 급성 췌장염이 부작용으로 나타났는데, 세마글루타이드 사용 몇 년 후 또는 용량을 늘린 후 급성 췌장염이 발생한 사례는 처음 보고된 것"이라며 "세마글루타이드의 부작용으로 후기 췌장염이 발생할 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세마글루타이드 사용으로 인한 급성 췌장염 사례를 추가로 소개했다. 2개월 동안 세마글루타이드를 복용한 61세 당뇨병 환자가 심한 상복부 통증을 호소했고 급성 췌장염 진단을 받았다.
또 12주 전부터 세마글루타이드로 비만 치료를 시작한 51세 여성은 상복부 통증과 구토 증상을 호소했는데, 급성 괴사성 췌장염으로 진단됐다.
위고비는 음식을 먹으면 장에서 분비되는 GLP-1 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해 적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식욕을 억제해 준다.
위고비는 BMI 30 이상인 고도 비만 환자에 한해 처방해야 하지만 국내에 최근 공급되면서 미용목적 등으로 오남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영국 정부도 세마글루타이드 사용 요건에 맞지 않는 환자가 미용을 목적으로 이를 사용했다 췌장염에 걸린 사실을 알리며,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책임감 있는 사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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