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논란으로 민주당 공격했던 트럼프, 여성 보호하겠다며 논란 발언
트럼프 "여성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보호하겠다"
해리스 "여성의 주체성 무시하는 모욕적인 발언" 맹공
박빙 지지율 가운데 여성 표심 잡아야 승리, 낙태권 문제 다시 수면 위로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선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왼쪽)이 지난 8월 29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여성 유권자의 손을 잡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박빙의 미국 대선에서 "쓰레기" 논란으로 궁지에 몰린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차별 논란을 집중 공격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낙태권 보장을 주장하며 여성 유권자들의 표를 모은 해리스는 트럼프가 여성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해리스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경합주 애리조나주의 피닉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트럼프의 문제 발언을 지적했다. 해리스는 "트럼프가 어제 뭐라고 했는지 들었느냐"고 물은 뒤 "그는 '여성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가 원하는 것을 하겠다고 말했다"면서 "이 사람은 그들의 (낙태) 선택으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말했던 사람"이라고 밝혔다.
이어 "만약 그가 당선된다면 그는 전국적으로 낙태를 금지할 것이며 피임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시험관 시술(IVF)도 위험에 처할 것임이 분명하다"면서 "우리는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여러분은 반드시 투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NYT에 의하면 지난달 31일 기준 해리스의 전국 지지율은 49%로 트럼프를 1%p 차이로 앞서고 있다. 해리스와 민주당 진영은 지난달 29일 민주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의 지지자를 "쓰레기"로 비유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는 이를 놓치지 않고 지난달 30일 위스콘신주 그린베이 유세에서 해리스와 바이든을 함께 비난했다. 그는 불법 이민자에 의한 성폭력 등 강력 범죄 문제를 거론하면서 자신은 여성을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대선 캠프 직원들이 '여성 보호' 등과 같은 표현이 부적절하다면서 사용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고 거론한 뒤 당시 "나는 '아니다. 나는 이 나라의 여성들을 보호할 것이다. 나는 여성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지난 9월말에도 여성 유권자에게 "여러분은 더 이상 방기되거나 외롭거나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이라면서 "여러분은 보호받게 될 것이며 저는 여러분의 보호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 여성 유권자들의 표를 얻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2022년 6월에 미국 연방 전역에서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할 수 없고, 낙태 금지 여부를 주(州)정부가 결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민주당 진영에서는 트럼프가 임명한 우파 대법관 때문에 낙태권이 사라졌다며 강력 반발했다. 트럼프는 연방 차원의 낙태권 보장에 명확한 찬반 의견을 내지 않고 주정부 재량이라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다음달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헨더슨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해리스는 지난달 31일 위스콘신주 매디슨에서 트럼프의 전날 발언에 대해 "그것은 여성의 주체성, 권위, 권리, 자기 몸을 포함해 삶에 대해 스스로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모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트럼프가 여성과 여성의 주체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최신 사례에 불과하다"면서 "그는 현재 미국 여성의 3분의 1일이 '트럼프 낙태금지'가 시행되는 주에 살게 된 상황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해리스는 "우리는 내 경쟁자가 여성의 생식권을 위해 싸우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강하게 보여주는 징후를 계속 보고 있다"면서 "그는 여성이 자신의 삶과 몸에 대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유와 지성을 우선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NYT는 같은날 보도에서 백인 여성의 표심이 이번 대선의 당락을 가른다고 내다봤다. 미국 유권자를 성별 및 인종으로 나눌 경우 백인 여성의 비중은 전체 약 30%로 가장 큰 그룹이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공화당을 지지했으며 2016년과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최근 NYT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현재 근소하게 해리스 쪽으로 기울어 있다. 백인 여성들의 29%는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경제를 꼽았으며 24%는 낙태권 문제, 14%는 이민자 문제를 쟁점으로 꼽았다. NYT는 트럼프의 이번 발언이 여성 유권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조치였다고 추정했다.
이와 관련해 유명 가상자산 투자자이자 해리스로 지지자로 알려진 미국 프로농구리그(NBA) 댈러스 매버릭스의 마크 큐반 구단주는 지난달 31일 NBC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를 비난했다. 그는 "트럼프가 강하고 지적인 여성과 함께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을 것"이라면서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은 트럼프에게 위협적이며 트럼프는 그들에게 도전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선 캠프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여성들이 '약하고 멍청하다'는 것을 암시했다"고 반박했다.
지난 6월 24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낙태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낙태는 헬스케어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AFP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