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독일, 정말 '유럽의 병자' 되나...병가 일수, OECD 1위

[파이낸셜뉴스]
독일, 정말 '유럽의 병자' 되나...병가 일수, OECD 1위
독일 제조업을 대표하는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의 볼프스부르크 폭스바겐 발전소 인근에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가방을 끌고 가고 있다. 독일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내 병가 일수 1위로 정말 유럽의 병자 나라가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 연합


독일이 정말 유럽의 병자가 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독일 경제가 간신히 경기침체를 면한 가운데 가파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인해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은유만이 아니다.

독일 재계는 직원들의 병가가 급증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독일 경제는 침체되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독일 최대 건강보험 업체 테크니커 크란켄카세(TK)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병가로 사라진 근무일이 노동자 1인당 평균 19.4일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TK는 이는 예비치로 이후 수정을 거치겠지만 앞으로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서 병가 일수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독일 경제에 병가가 심각한 부담으로 떠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고용 전문가인 크리스토퍼 프린츠는 독일이 병가 면에서는 상위 그룹에 속해 있다고 말했다.

OECD에 따르면 독일은 비교 가능한 최신 통계인 2022년을 기준으로 노동자 1인당 평균 병가 일수가 22.4일에 이르러 OECD 내에서 1위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치솟은 에너지 가격, 노동력 부족, 경직된 관료주의 등으로 인해 독일 경제 성장 동력인 제조업이 수십년의 성장을 접은 가운데 병가 급증은 독일 미래 경제 모델에 대한 논쟁을 촉발할 전망이다.

한 제조 대기업 간부는 일부 ‘일 부끄러움’이 있는 젊은 노동자들 사이에서 번영과 경쟁력 유지에 필요한 희생을 결단코 이해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독일이 유럽의 병자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도금 업체 코팅크 공동 사주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울 니더스타인은 요즘 "너무도 응석받이 같으면서 자신감만 지나치게 높은” 노동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병가 급증은 그 현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독일 연구기반제약사협회(VFA)가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독일의 병가 일수가 그렇게 높지 않았다면 독일 경제는 지난해 0.3% 마이너스 성장하는 대신 0.5% 플러스(+) 성장했을 것으로 추산됐다.

논문 저자인 클라우스 미켈센은 병가 일수가 많아지면서 숙련공 부족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CEO의 테슬라는 경영진이 가짜 병가를 막기 위한 대안도 내놨다. 베를린 인근에 공장이 있는 테슬라는 회사에서 병가를 낸 직원의 집을 예고 없이 방문해 진짜 아파서 쉬고 있는 것인지 확인하기로 했다.

대부분 독일 회사들은 이런 극단적 방법을 도입하는 것에는 부정적이지만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병가가 급격히 늘어난 배경은 코로나19 당시의 이례적인 규정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당시 이 호흡기 질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몸에 이상이 있으면 회사에 병가를 내도록 하는 것을 권장한 이후로 병가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출근하기 싫으면 병가를 내는 일이 잦아졌다는 것이다.

크리스티안 린트너 독일 재무장관도 9월 이 제도 도입과 병가 급증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며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