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일 사회부 기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 '정론(正論)'이라고 하지만 때로는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최근 종료된 국회 국정감사가 그렇다.
통상 국정감사 기간에 언론사들의 카메라 렌즈는 대부분 국회에 쏠린다. 국민이 좀처럼 접근하기 어려운 기관들의 내부자료나 추진하는 정책의 진행 현황들을 낱낱이 살펴볼 기회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관심도가 높은 까닭도 여기에 있다.
국정감사라는 제도도 그렇게 하라고 태어났다. 우리나라 국회 홈페이지만 봐도 알 수 있다. 국회는 국정감사 제도에 대해 '국정에 대한 감시·비판을 통해 잘못된 부분을 적발·시정함으로써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대표적 기능인 입법기능, 예산심사기능 및 국정통제기능 등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제도적 의의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지난 한 달 가까이 진행된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의의는 카메라에 좀처럼 포착되지 않은 듯하다. 기자가 취재한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는 더욱 그랬다. 조금 과장하면 카메라 속 의원들 입에는 '이재명과 김건희' 두 이름만 오르내렸다.
법사위가 살펴보는 기관 중에는 국민의 삶과 밀접한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 많다. 법원과 법무부, 검찰 등이 대표적이다. 법원과 검찰의 업무 대부분은 민생과 직결된다. 정치인 관련 사건은 1%에 불과하다는 얘기도 있다. 삶과 밀접한 분야이기에 수사 및 재판 지연, 제한된 정보공개, 피의자·피고인의 인권 문제와 관련된 비판이 고질적으로 나오지만 동시에 엄중하게 다가온다. 법무부 역시 그렇다. 검찰을 관리·감독하는 업무 외에도 난민·비자 업무를 비롯한 출입국 관리업무, 범죄자에 대한 교정업무, 법 개정, 국제분쟁, 변호사제도 업무 등을 수행한다.
지난달 국정감사라는 공론장이 모처럼 마련됐지만 이런 부분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졌는지에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크다. 기관 실무자 사이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부분에 대해 한 관계자는 "사전에 의원실을 통해 수백 페이지의 서면질의와 답변이 이뤄졌다"면서도 "현장에서는 보는 눈을 의식해 정쟁과 관련된 질문이 주가 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국민의 눈앞에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은 아니었는지 아쉬움은 여전하다. 사전에 국회와 기관들이 주고받은 수백장의 서면을 살펴볼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싶기도 하다. 누구를 위한 국정감사인가. 그 답은 모두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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