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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회계기준 '갈라파고스' 자처...현실과 맞지 않아"

당국, 무·저해지 상품 해지위험 분리산출 방안 등 발표
보험업계 "보험사 재무제표 신뢰성 저하 우려"
회사에 자율성 부여한다는 회계제도 취지에도 맞지 않아

보험업계 "회계기준 '갈라파고스' 자처...현실과 맞지 않아"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뢰회복과 혁신을 위한 보험개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무·저해지 환급형 상품 경쟁이 과열되고 보험사들이 '고무줄식 회계 이익'을 낸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이 개선방안을 내놓자 보험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로그-선형 모형'이라는 원칙 모델을 제시한 것부터 보험사에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새 회계기준(IFRS 17)의 취지에도 맞지 않고, 투자자에 대한 신뢰도 저하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4일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무·저해지 상품 완납시점 해지율이 0%에 수렴하는 로그-선형모형을 원칙모형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경험통계 부재를 이유로 완납 직전까지 무·저해지 상품에 높은 해지를 가정함에 따라 상품 쏠림현상이 발생한 것을 개선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예상 해지율이 급격히 떨어져 보험사들이 충격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로그-선형모형을 원칙모형으로 설정한 것은 국제 회계기준에서 동떨어진 '갈라파고스'를 자처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무·저해지 보험의 상품 특성 상 지나치게 보수적인 해지율 가정의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보험사들은 "생보업계의 단기납 종신 상품의 경우, 해지 환급금이 가입 목적이지만 무·저해지 상품의 경우 저렴한 보험료와 보장이 목적"이라며 "계약을 변경하고 리모델링하는 부분을 보수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짚었다.

투자 관련 리스크가 커지는 것도 걱정거리다. 업계 관계자는 "IFRS 17 제도 자체가 자율성에 기반해 회사별로 맞는 계리적·경제적 가정을 적용하라는 것인데, 이렇게 계속해서 제도가 변동될 경우 보험사 재무제표에 대한 국제적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투자자 보호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통상 보험사의 기업 가치는 투자자산 가치에 보유자산의 가치와 보험계약 가치를 더해 산출되는데, 당국에서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회사 별로 최소 추정된 보험계약마진(CSM)이 깎일 경우 투자 벤치마크(기준지표)가 사라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내 주요 10개 손해보험사가 금융당국에 무·저해지 해지율 개편안을 반대하는 공동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업계 반발이 거세지자 당국은 수렴점을 0.1%로 설정하고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해지율이 낮아지는 '선형-로그모형'도 예외모형으로 허용했다.

일부 보험사들은 "예외모형을 채택할 경우 원칙모형보다 자본 감소 속도가 덜해 지급여력비율(K-ICS)가 한번에 깎이지 않는다"며 선형-로그모형 적용도 검토 중이다. 다만 감사보고서, 경영공시에 원칙모형과의 차이를 상세 공시하고 예외모형을 선택한 모든 회사에 대해 현장점검을 실시하는 등 제약조건이 다소 까다롭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영업현장에서 무·저해지 보험으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100세까지 보장을 제공하는 '세만기 보험'이 대부분 무·저해지 보험인데, 보험사 입장에서는 CSM이 높게 나오기 때문에 앞다퉈 관련 상품 판매에 나선 것이다. 납입기간 중 환급률을 낮춰 가격 경쟁력 확보도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당국의 조치로 해지율을 낮게 잡으면 보험료가 높게 나올 수밖에 없어 보험사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당국은 손해율 연령구분을 내년 1·4분기까지 반영할 수 있도록 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대응책을 내놨다. 보통 보험료 개정 시점이 4월이기 때문에 3개월 가량 유예기간을 둔 것인데, 이 기간에 소비자 편익과 재무 건전성 사이에서 판단을 내리라는 취지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이번 가이드라인이 결산시점부터 반영될 경우 내년 1월 1일자로 모형을 변경하고 상품 개정을 진행하면서 보험료가 올라가고, 4월에 한번 더 보험료가 인상되면서 '절판 마케팅'만 성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