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그동안 결정을 미뤄오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전격 결정했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코스피 활성화와 경제체질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다. 이 대표는 또 이날 대기업 행사와 간담회에 적극 참석하는 등 친시장·친기업 면모를 지속하면서 '우클릭 행보'를 점차 가속화하고 있다. 이를 두고 외연 확장을 통해 사법 리스크를 최소화시키고 친기업 마인드를 집중 부각시켜 중도층 끌어안기를 고리로 대권 행보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금투세 폐지 방침을 밝힌 데 이어 대규모 인공지능(AI) 전시·발표 행사 'SK AI 서밋 2024'에 참석했다.
이 대표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회장과 차담회를 갖고 AI 기업 간담회에 참석해 기업인들의 고충을 청취하는 등 친기업 행보에 집중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8월 당대표 연임에 성공한 후 최 회장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등을 잇따라 만나는 등 경제계와의 접촉면을 넓혀 왔다. 오는 11일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와의 정책 간담회도 예정돼 있다.
이 같은 이 대표의 광폭 행보에 대해 제1 야당 대표로서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경제계와의 접촉면을 대폭 확대시키기 위한 행보라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유력한 야당의 차기 대권 주자로서 실물경제 지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친시장적 면모를 집중 부각시키는 한편 이를 토대로 재계와 중도층 끌어안기를 본격화하는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이 대표가 이상돈 전 국민의당 의원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 보수진영의 정치 원로들과 연이어 회동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다만 이 같은 우클릭 행보가 야권의 전통적인 개혁·진보 성향 기조와 충돌함으로써 앞으로 진영 내 이념 및 노선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온다.
당장 조국혁신당은 "깊은 고민은 없이 눈앞의 표만 바라본 결정"이라며 이 대표의 금투세 폐지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민주당이 만들고자 하는 세상이 불합리한 세제를 그대로 둔 채 자본 이득에 눈감아 주는 그런 세상인가"라며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펑크로 세수 경보가 울리고 증권 거래세도 폐지되는 마당에 금투세까지 폐지하면 이 대표의 대표 철학인 기본소득 정책은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