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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韓대표안 검토해 尹대통령 고강도 쇄신책 내놔야

대통령 지지율 바닥, 사과 등 요구
민심은 천심임을 결코 잊어선 안돼

[fn사설] 韓대표안 검토해 尹대통령 고강도 쇄신책 내놔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4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참모진 전면 개편과 쇄신용 개각을 비롯한 국정 쇄신을 촉구했다. 김건희 여사 문제와 명태균씨의 폭로 발언 등으로 어지러워진 국정을 다잡아야 한다는 뜻에서 강도 높은 요구를 하고 나선 것이다. 김건희 여사의 대외활동 즉시 중단, 특별감찰관 임명 촉구 등도 요구에 들어 있다. 지난달 21일 윤 대통령과 면담했을 때 요청한 것과 비슷하지만 개각과 대통령 사과 등 구체적인 내용이 추가됐다.

김 여사 문제를 둘러싼 논란에 이어 정치브로커 명씨의 통화 녹음 공개까지 더해져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10%대까지 곤두박질쳤다. 대통령 지지율이 이 정도로 추락한 것은 탄핵을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여권에서는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지난달 윤·한 회동 이후에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여론이 급격히 나빠지자 이달 하순에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한 대표를 포함한 여권 일각에서도 일고 있는 고강도 쇄신과 신속한 대응 요구와는 거리감이 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김 여사가 관련된 의혹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검찰에서 판단했기에 문제가 없고 명씨의 폭로 또한 같은 사안이라고 하겠지만, 이는 국민의 눈높이와는 다르다고 본다. 사태를 해결하고 국정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지금 윤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법률가의 판단이 아닌 정치가의 결단이다.

야당은 김 여사와 명씨의 문제를 탄핵과 결부시켜 몰아가고 있다. 물론 이재명 대표의 법원 판결을 앞두고 물타기를 하려는 의도로 읽을 수 있지만, 여당 입장에서는 장외투쟁까지 감행하고 있는 야당의 여론몰이를 마냥 두고만 보며 무대응으로 일관할 수는 없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도 불참, 한덕수 총리가 연설문을 대독했다. 여권에서도 윤 대통령이 참석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윤 대통령은 원래 의사를 바꾸지 않았고 야당의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내각은 현재 추진 중인 개혁정책의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연내에 잘 마무리해 달라"고 주문했다.

개혁 완수는 이 정부의 사명이기도 하지만, 현재 국정상태로는 동력을 얻기 어렵다. 개혁은 말로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지지가 바탕이 되어야 하고 국회의 동의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한 대표가 요구한 것은 비단 개인의 의사만이 아니라 다수 국민과 여권 인사들의 뜻과도 통할 것이다.

윤 대통령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탄핵 바람을 이겨내고 마비되다시피 한 국정을 정상화하려면 한 대표가 요청한 사항들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서 종합적 쇄신책을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

취임 이후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고 쉴 틈도 없이 달려왔다고, 윤 대통령이 시정 연설에서 밝힌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으로서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하기에 작금의 상황을 바라보면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탄만 하고 있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등 돌린 민심을 다시 잡아 국정을 전환하기 위한 어떤 식의 조치라도 내놓기 바라는 게 지지자들의 마음만은 아닐 것이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을 곰곰이 되새겨 보고 국민 전체가 흡족해할 만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