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정쟁 속 올 들어 코스피 2.5%, 코스닥 13% 급락
'오락가락 관치금융'..은행은 배불리고 시장 혼란 키웠다
해외시장 대비 비교(코스피 200기준). 한국거래소 제공
[파이낸셜뉴스]
“증시의 장기적 상생을 위해 내년에 도입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 (윤석열 대통령, 1월 2일 ‘2024년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 축사)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는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 현재 주식 시장이 너무 어렵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11월 4일 당 최고위원회의 발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정쟁’에 휩싸인 코스피지수는 올해 들어 2.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12.98% 급락했다. 윤석열 정부가 국내 증시 부진(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금투세 부담 등으로 개인투자자는 해외주식으로 눈을 돌리고 외국인투자자들도 국내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 또 오락가락하는 가계대출 정책에 대출금리의 고공행진까지 계속되면서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가 2023년 결산 재무제표를 반영해 코스피 투자지표를 산출한 결과에 따르면 코스피200 기업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배이다. 이는 23개 선진국 전체 평균 PBR(3.2배)은 물론 24개 신흥국 평균(1.7배)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국내기업들은 수익성과 자산가치 등이 유사한 외국기업에 비해 낮은 수익기대가 적용된 셈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은 다양하지만, 최근에는 금투세 폐지 및 코리아 밸류업 지수 논란, 공매도 금지 연장 등이 시장 신뢰도와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가장 시급한 자본시장 정책 과제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꼽았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금융산업실장은 “후속 과제인 기업지배구조개선과 관련 대주주와 일반주주의 이익이 일치하는 방향으로 상법·자본시장법 등이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천준범 부회장도 “소수의 지배주주에 의존하는 개발도상국 시절의 기업거버넌스를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강화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선진국 시스템으로 바꾸는 근본적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50%에서 3.50%로 인상한 뒤 13회 연속 금리를 동결하며 긴축 시대가 이어졌다. 이후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물가안정 등 그간 금리 인하를 제약했던 여러 장애물들이 제거되면서 지난달 금리 인하에 나섰지만 시장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지난해 하반기 윤 대통령이 은행권의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자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책을 꺼냈다. 하지만 낮은 금리로 가계대출이 폭증하자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가계대출 제한을 압박, 대출금리는 역주행 중이다. 지난 8월 은행 가계대출은 9조3000억원 증가하며 역대 아홉 번째로 증가폭이 가장 컸다.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내수 부진의 장기화 여파에 취약차주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0.53%로 5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NH농협) 금리 인상기와 인하기에 모두 이자 장사에 성공하면서 지난 3·4분기에 16조원이 넘는 '역대급 순이익'을 벌어들였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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