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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ELS 판매 금지냐, 제한적 허용이냐" 금융위 고민

H지수 ELS 사태 재발 방지 목적
3가지 개선안 내고 최종의견 수렴
일각 상품 취급 정당성 의문 제기
소비자 선택권 제한 우려도 공존

금융당국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은행의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전면 금지부터 지역별 거점점포에 한해 판매 허용, 고난도 상품 판매채널을 분리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업계, 학계, 소비자계 등의 의견을 듣고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5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보안교육센터에서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H지수 기초 ELS 대책 마련을 위한 공개 세미나'를 열었다.

이정두 금융연구원 박사는 '은행의 고난도 금투상품 판매 관련 금융소비자 보호 개선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홍콩 H지수 ELS 대규모 손실 사태가 벌어진 이후 1년 만에 금융당국의 제도개선 방향이 윤곽을 드러낸 것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정책 방안을 정해놓고 발표 전 의견 수렴에 나서는 일반적인 공청회와 달리 3가지 안을 공개했다. △은행을 통한 고난도 금투상품 판매 전면 금지 △지역별 거점점포에 한해 고난도 금투상품 판매 허용 △창구분리 중심으로 불완전판매 방지 관련 내부통제 강화 등이다.

먼저 최대 20% 이상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고위험상품을 은행에서 전면 판매 금지하는 안이 제시됐다. 2019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에도 판매돼온 일정 조건의 ELS 편입 신탁과 고난도 금투상품 편입 공모펀드를 은행 창구에서 팔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고난도 금투상품 판매를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이를 준수하는 지역별 거점점포에 한해 판매를 허용하는 안도 나왔다. 은행 일반창구와 물리적으로 완전히 분리된 거점점포에서 일정 기간 이상 고난도 금투상품 판매 경력을 보유한 직원을 갖춘 경우에만 해당 상품을 팔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이 박사는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국가 은행들은 대부분 투자상품을 전용창구에서 판매한다"며 "주요 은행이 금융센터 등으로 운영하는 지역별 대형점포 등을 거점점포로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고객 창구를 △일반창구 △전용창구 △별도 사무실로 나누고, 고난도 금투상품은 별도 사무실에서만 판매하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 은행 영업점의 일반적인 대고객 창구는 예·적금 전용과 비고난도 금투상품 판매용으로 분리하고, 고난도 금투상품은 창구와 분리된 별도 사무실에서만 판매를 허용하게 된다.

금융당국이 3가지 안을 공개하고 의견수렴에 나선 이유는 제도 개선을 둘러싼 의견 차이가 여전해서다. 일각에서는 "안전한 예·적금 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은행이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반면, 소비자 선택권 제한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동안 전문가 및 업계 간담회 등을 진행했지만 의견이 엇갈리고 소비자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청취했다고 하기에 부족한 면이 있었다"며 "이날 취합된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빠른 시일 안에 최종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판매규제가 실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관행을 개선하고, 불완전판매를 예방하는 내부통제 체계를 확립할 예정이다. 손실감수능력에 맞게 계약하도록 적합성 원칙 등을 구체화하고, 책무구조도와 내부통제기준 관리를 통한 불완전판매를 예방하는 안을 추진한다. 성과보상체계(KPI)를 개선해 고객 중심의 영업환경도 조성키로 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