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채권시장에서 기업 및 금융사들의 자본성 증권 발행이 쏟아지고 있다.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다 보니 기업과 금융사들은 현금확보와 재무건전성 관리를 위해 자본성증권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 롯데손해보험, 교보생명보험, 풀무원식품, 이마트 등이 신종자본증권(영구채), 후순위채 등 영구채 발행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신종자본증권은 유사시 투자원금이 주식으로 강제 전환되거나 상각되는 조건을 붙여 발행하는 자본증권의 일종이다. 만기가 되면 갚아야 하는 부채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조건부자본증권으로 불린다. 후순위채도 신종자본증권과 같은 자본성증권으로 만기가 없거나 길어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된다.
롯데손해보험은 이미 지난 1일 후순위채 수요예측을 마쳤다. 후순위채 10년물로 금리는 고정금리 연 5.7~연 6.2%를 제시했다. 수요예측 결과 총 2080억원의 기관 자금이 들어왔다. 회사는 오는 12일 후순위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교보생명보험도 지난 5일 3000억원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목표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총 527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금리는 연 3.9~연 4.6%를 제시했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자본성 증권 발행을 늘리는 데는 지난 2023년 도입된 자본 건전성 지표인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보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새 국제회계제도(IFRS17)와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이 지난해 도입됨에 따라 기존 RBC 제도 대비 요구자본이 증가하며 자본적정성 관리가 강화됐다.
재무건전성 관리가 필요한 기업들도 자본성증권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풀무원식품과 이마트24는 이달 중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풀무원식품은 수요예측을 거쳐 이달 13일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제시하는 고정금리는 연 5.9~연 6.2%로 규모는 약 4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마트24가 이달 28일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은 이마트가 보증에 나섰다. 제시 금리 밴드는 고정금리 연 4.7~연 5.2%, 발행 규모는 약 1000억원~1500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시장에선 은행 금리 대비 고금리 투자 매력으로 기관 및 개인 자금을 흡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달 하나금융지주, DGB금융지주 등 금융지주사도 자본성 조달로 현금 확보에 나선 바 있다. 지주사가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집중하는 것은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과 기본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BIS비율은 은행의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중을 나타낸 것으로, 은행의 자본적정성을 판단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BIS비율 권고치는 당초 10.5%였으나 지난해 금융당국은 금융지주들에 자기자본을 1%p 추가로 쌓도록 주문한 상황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고조됐던 만큼 선제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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