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이어 탄소사업도 복마전
혈세가 쌈짓돈 안 되게 엄단해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 단장인 김종문 국무1차장이 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탄소중립설비 지원사업 점검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국고
국고보조금을 털어 먹는 신재생에너지 사업 비위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이번엔 탄소중립 설비 지원사업이다.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 부패예방추진단과 환경부가 2021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국고보조금 지급이 완료된 316개 탄소중립설비 지원사업 운영실태를 점검했는데 비위가 수두룩하게 드러났다. 조사기간 사업 운영실태를 점검한 결과 위법·부적정 계약 496건(중복 포함)을 적발한 것이다.
국고보조금을 빼돌리는 수법이나 규모가 지능적이고 대담하다. 이 가운데 135건은 사업 수행자가 원하는 금액으로 사업비를 산정하려고 설비업체들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한다. 이 분야의 비위에 투입된 사업비 규모만 1220억원이다. 아예 처음부터 사업 수행자가 친인척이 운영하는 업체 등 특수관계인을 입찰 들러리로 내세워 경쟁입찰로 가장한 경우도 있다.
또는 사전 공모를 통해 특정 업체에 유리하도록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사례 등 관련 비위가 무려 74건에 이른다. 사업비 규모로는 999억원이다. 미등록 업자가 전기·건설 공사 업무를 수행한다든가 분리발주 대상인 전기공사를 일괄발주한 법 위반 계약 사례도 허다하다.
이번 적발건은 친환경에너지 지원사업 비위 가운데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조사대상인 탄소중립설비 지원은 배출권 할당 대상업체로 지정·고시된 업체가 탄소중립설비를 도입하면 정부가 설비투자비의 30∼70%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탄소중립설비 지원사업은 지난해 9월까지 국고보조금 1850억원 등 총사업비 4213억원이 투입됐다.
이렇게 탄소중립설비 지원에 국한해 조사를 해봤더니 전체 사업 가운데 무려 40%가 비위에 연루되거나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친환경에너지 사업의 비위도 어느 정도 심각할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감사원이 전 정부 때 이뤄진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서 비위 의혹 사례를 대거 적발한 바 있다. 당시 조사 대상사업에서도 허위서류를 꾸며 사업권을 편법 취득하거나 국고보조금을 부당하게 받은 사업들이 밝혀졌다. 관련 사업들에 대한 조사와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비위 의혹이 캐도 캐도 계속 쏟아진다. 오죽하면 항간에서 친환경에너지 사업 전체를 '비위의 복마전'이라고 비아냥투로 부르고 있겠는가.
탄소중립 지원사업은 멈출 수 없는 사업이다. 글로벌 산업 트렌드도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식하고 있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예산을 계속 투입해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보조금을 더 늘려도 육성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태양광이나 탄소중립을 한답시고 국민의 혈세를 쌈짓돈처럼 줄줄이 빼먹는 어이없는 일은 더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비위를 미리 차단하기 위한 감독 강화다. 적발된 비위 혐의자들은 모두 고발해 엄정한 수사로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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