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수능
시험 잘 보라고 간절한 마음으로
유명 사찰 찾아 기도하는 가족들
"부담스러워 할까봐 몰래 왔어요"
"건강하게만 치렀으면 좋겠어요"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8일 앞둔 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한 고3 수험생 학부모가 기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둠이 아직 가시지 않은 6일 오전 7시.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8일 앞두고 수험생을 둔 부모들이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 이른 시각부터 모여들었다. 이들은 저마다 자식의 이름을 마음에 새기고, 대웅전 앞에서 조용히 기도를 올렸다. 초를 공양대에 밝히며 불빛에 간절한 마음을 담아 두 손을 모았다.
봉은사는 지난 2일부터 2025학년도 '학업원만성취 합격기도'를 시작했다. 오는 9일과 13일 그리고 수능 당일인 14일 대규모 기도 행사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기도 행사 외에도 수험생 자녀의 합격을 염원하는 가족들은 수시로 절을 찾아 간절히 기도를 올렸다.
재수생 자녀를 둔 박모씨(52)는 수능 기도를 위해 아침 일찍 봉은사를 찾았다. 박씨는 "아이에게 부담이 될까 봐 말도 하지 않고 왔다"며 "얼마 안 남은 수능을 건강하게만 잘 치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수험생 손녀를 위해 봉은사에 방문한 강모씨(79)도 "손녀가 공부하느라 2년 동안 얼굴도 못 보고 전화나 카톡만 주고받았다"며 "열심히 공부한 걸 알기에 공부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수능에 역대 최다 'N수생'이 유입되며 '불수능'(어려운 문제가 출제되는 수능)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수험생 가족들의 기도엔 더욱 간절한 마음이 담겼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수능 응시생은 총 52만2670명으로 전년 50만4588명 대비 3.6% 증가했다. 이 중 N수생에 해당하는 졸업생 수는 18만1893명으로 지난 2004학년도 수능 이후 역대 최대치다. 이 때문에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할 것 없이 온 가족이 절에 찾아 수험생의 합격을 기원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조계사에도 수능을 앞두고 기도하는 가족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조계사 초입에는 '고득점 발원 지혜 총명 연등' 300개가 내걸렸다. 연등 아래 달린 금빛 서원지에는 '2025 수능 고득점' '원하는 대학 합격' '서·연·고 합격' '의대 합격' '시험 볼 때 긴장하지 않게 해달라' 등 저마다의 간절한 소원이 적혀 있었다.
경기 부천에서 온 고3 수험생 학부모 이모씨(46)는 자녀의 대학 합격 기도를 위해 조계사를 처음으로 방문했다. 이씨는 서원지를 연등 아래에 건 뒤 불상을 향해 손을 모았다. 그는 "자녀의 공부를 대신 해줄 수 없기에 부모로서 기도라도 해주고 싶어 찾았다"며 "아이가 고득점 얻을 수 있게, 원하는 대학 합격할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다"고 전했다.
오후 2시가 가까워지자 조계사는 사람들로 더 북적였다. 조계사 대웅전에서는 매일 오후 2시 수능 전날까지 '자녀를 위한 화엄 기도'가 열린다. 수험생 자녀를 둔 가족들은 대웅전 앞에 놓여있는 수능대박 기원초를 붙이고, 스님의 목탁 소리에 따라 불경을 따라 외웠다.
서울 동작구에서 온 이모씨(82)는 "할아버지의 욕심일 수도 있지만 수능을 앞둔 손주를 포함해 모든 후손들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왔다"면서 수능대박 기원초에 불을 붙이고 대웅전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일부 수험생 가족들은 역대 최다 N수생 유입에 걱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시 수능 응시생 중 46.4%가 N수생에 달한다. 이에 따라 더욱 간절히 기도했다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자녀를 위한 화엄 기도'에 참석한 김모씨(51)는 "올해 상위권 N수생 진입이 대폭 늘어나 걱정된다. 그래서 수시 최저 있는 학교, 없는 학교 골고루 썼다"며 "딸 대신 빌어주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고3 동생을 위해 기도하러 온 정모씨(27)는 "지난 9월 모의고사가 쉽게 나와 이번 수능이 불수능이 될 것 같다는 관측이 많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당장 이번 수능 못 봐도 괜찮으니 떨지 말고 최선을 다하고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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