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한국은행이 암초를 맞게 됐다.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강달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는 등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 시점이 매우 불확실해졌다는 평가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9시께 전일 종가(1379.3원)보다 24.2원 오른 1403.5원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기록한 건 지난 4월 16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4.6원 내린 1374.0원에 개장했으나 낮 12시께 1399.7원까지 오르면서 오전에만 장중 25원 넘게 뛰었다.
이는 미국 대선 개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앞서자 달러 강세가 나타난 결과다. 트럼프 재집권은 대규모 관세 부과, 확장 재정정책 등으로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추가 금리인하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에 달러화 강세가 힘을 얻으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1400원을 넘어선 만큼 향후 더 높은 수준에서 고착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에 고금리에 따른 달러 강세, 원화 약세로 환율이 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당선으로 중국과의 무역갈등이 격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을 형성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리스크에 국내 금리 경로도 꼬이게 됐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p 내리며 내수부양에 나섰다.
트럼프 집권 이후 관세인상이 이뤄질 경우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도 1.0% 하락할 전망이어서 인하 필요성은 더 커진다. 그러나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더 낮출 경우 원화 약세가 심화되며 외화자금이 달러로 향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달 28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는 사실상 물 건너갔고, 내년 추가 인하 시기도 늦춰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김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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