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0.4원 오른 1396.6원
시장에서는 1420원까지 전망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 커져
트럼프노믹스 시즌2가 확정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미국의 긴축 기조가 절정이었던 2022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1400원대를 기록했다. 증권시장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강달러 전망으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4.9원 오른 1401.1원에 개장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서 출발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기조 강화에 나서며 달러가 초강세를 나타낸 2022년 11월 7일(1411원) 이후 2년 만이다. 오후 3시30분 종가도 1396.6원을 기록하며 2022년 11월 7일(1401.2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달러화 강세가 현실화된 결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편관세를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관세 부과는 이론적으로 달러 강세요인이다. 다른 대표 공약인 대규모 감세정책도 현실화될 경우 재원 마련을 위해 국채 발행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 달러 강세를 지지하는 요소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가 확정되자 전일 야간거래에서 1404.2원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다시 쓰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이 무너지면서 환율이 142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직에 더해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는 '레드 스윕(Red Sweep)'이 나타난 때문이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과 함께 상·하원에서 모두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 여러 가지 시나리오 중에서 가장 크게 강달러 압력이 부각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연말까지는 트럼프 당선에 따른 기대감과 불확실성이 공존하면서 강달러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달러 강세에 국내 주식시장의 매력도 줄어들었다. 가만히 있어도 환손실로 수익률이 반감될 수 있어 외국인의 주식매도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오르면서 외국인은 전일 코스피·코스닥시장에서 총 1637억원어치를 내다 팔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날은 코스피에서 955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는 2564.80으로 소폭 올랐다. 반면 코스닥은 외국인의 순매도(858억원) 부담으로 1% 넘게 떨어졌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무엇보다 선물시장에서 달러 롱 베팅에 들어가고 있다"며 "외국인이 주식을 팔고 바로 환전을 할 수도 있지만 다시 투자할 수도 있다. 매일 순매도세가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지만 주 단위, 월 단위로는 이탈 추세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상자산은 고공행진에 들어갔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7만4826달러(약 1억448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때 사상 최초로 1억500만원대까지 치솟으며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이 '트럼프 트레이드' 대표 주자로 꼽히는 만큼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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