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억원 들여 제작했지만
더딘 개편 작업에 적용 못해
열차 운행비 등에 순위 밀려
공사측 "2026년 반영하겠다"
서울 지하철 노선도가 40년 만에 바뀌었지만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는 공식 홈페이지에 신형 노선도를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누적적자가 7조원을 넘길 정도로 불어나 노선도를 반영할 예산이 없기 때문이다. 공사는 2026년에야 홈페이지를 손보고 새 노선도를 적용할 예정이다.
7일 공사에 따르면 공사 홈페이지의 실시간 열차 운행정보를 볼 수 있는 '서울교통공사 사이버스테이션'에는 구형 지하철 노선도가 적용됐다. 지난 3월 말부터 서울 지하철 주요 역사와 전동차에 신형 지하철 노선도를 보급했으나 정작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공사 홈페이지에선 이를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총 2억93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만든 신형 지하철 노선도를 발표했다. 기존 지하철 노선도가 1980년대부터 쓰이던 형태를 유지한 채 노선만 추가돼 확장 노선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개선한 것이다.
신형 지하철 노선도는 일반역과 잘 구분되지 않던 환승역 표기를 명확히 하고, 위치 파악이 어려웠던 노선도 형태를 변형해 시인성을 높였다. 그 결과 환승역 길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이 최대 59% 단축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형 노선도는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으로 불리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공사는 앞서 신형 노선도 도입 시점에 맞춰 홈페이지 내에 노선도를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해당 작업에 최소 30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보고 노선도를 바꾸지 않기로 결정했다. 공사는 누적적자가 7조3360억원에 달하고 올해 적자만 2158억원일 정도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는 앞서 2024년 지출예산으로 약 4조1455억원을 편성했다. 홈페이지 개편 비용은 1조2767억원 규모의 경비 부문에 포함되는데, 경비는 열차 운행에 필요한 전기료나 용역 작업비를 충당하기에도 빠듯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 관계자는 "노선도를 바꾸는 작업은 모두 외부 용역을 통해 진행해야 한다"며 "단순히 이미지만 바꾸는 게 아니라 노선 검색, 실시간 열차 운행정보 등 서비스를 함께 손봐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사는 2026년에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신형 노선도를 반영할 예정이다. 개편 시점이 2026년 상반기일지, 하반기일지는 아직 미정이다.
공사는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최대한 우선순위를 따져 가용 재원을 투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2026년에 홈페이지 전면 개편이 예정돼 있어 올해 노선도 변경에 3000만원을 쓰면 매몰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공사로선 가장 최우선인 안전에도 필요한 예산을 다 투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노선도 변경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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