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사과했지만 아쉬움 남긴 대통령 회견

윤 "모두 제 불찰, 부인 활동 자제"
대대적 인적 쇄신으로 난국 넘어야

[fn사설] 사과했지만 아쉬움 남긴 대통령 회견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윤석열 대통령은 7일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며 취임 후 처음으로 국민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김 여사가 국익과 외교 관례상 꼭 필요한 것 이외의 활동은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명품가방 수수와 주가조작 의혹 등 여러 의혹으로 악화된 여론을 의식해 서둘러 한 대국민 사과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은 140여분간 진행됐다. 짧지 않은 시간, 윤 대통령은 그간 답답했던 심정을 토로하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했을 것으로 본다. 다만 윤 대통령의 사과와 해명을 국민이 진정성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법과 명태균 의혹 등에 대해 "모략" "위헌적"이라면서 일련의 상황을 상세하게 거침없이 답했다. 야당의 세번째 특검법 발의에 대해 이미 2년 넘게 수백명의 수사인력이 조사해 놓고도 기소를 못했다면서 "사법이 아닌 정치선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명씨 관련 내용 등 일부는 사실과 달라 인정할 수 없고 사과할 문제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또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을 도와 선거도 치르고, 국정을 원만하게 하길 바라는 일들이 "국정개입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동훈 대표와의 당정 갈등설에 대해선 "열심히 같이 하다 보면 관계가 좋아지지 않겠는가"라며 말을 아꼈다.

윤 대통령의 이런 해명과 생각이 국민의 걱정을 온전히 덜어줬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러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도 못했다. 윤 대통령은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겠다"고 했다. "국민을 섬기는 마음으로 쇄신하겠다"고도 했다.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속이 시원하지 못했다. 핵심은 비켜간 듯했다. 국정 설명은 자칫 자화자찬으로 보일 정도로 장황했고, 정작 필요한 김 여사와 정치브로커 명태균씨 문제에 대한 언급은 해명과 부인에 가까웠다. 여당은 진솔하게 설명하고 사과했다고 했지만 야당의 반응은 차가웠다. 한마디로 알맹이가 없다는 것이다. 지지자들의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정치와 국정은 말만으로, 화려한 계획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야당과 협력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회견이 미흡하다고 주장하는 야당은 김 여사 특검 등의 공세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혼란스러운 정치는 어떤 매듭도 짓지 못하고 파행을 거듭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래서는 대내외 역경을 돌파하고 여야가 한몸으로 오로지 민생과 경제를 챙길 여건을 만들지 못한다. 이제 윤 대통령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대대적 인적쇄신이다. 윤 대통령은 회견에서 이 부분을 말하긴 했다. 국민과 야당이 수용할 수 있는 과단성 있는 인사를 보여줘야 한다.


의혹에 싸인 인물을 물리치고 혁신적 인물을 기용해야 한다. 윤 대통령에게 기회가 더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 완수를 위해서는 전에 보지 못한 쇄신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