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임현택(가운데) 의협 회장이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이날 열린 임시 대의원 총회에서 불신임안이 가결되면서 임 회장은 취임 6개월 만에 퇴진하게 됐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데다 각종 막말과 실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탄핵당했다.
의협 대의원회는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대의원 224명 중 170명 찬성으로 임 회장 불신임안을 통과시켰다. 반대는 50명, 기권은 4명이다. 이에 따라 임 회장은 지난 5월 취임한 뒤 약 6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의협은 60일 안에 회장 보궐 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동안 집행부 공백은 비상대책위원회가 메운다. 의협 대의원회는 “비대위에 전공의가 많이 참여할 것이며, 회장 선출은 가급적 한 달 내 하겠다”고 했다.
임 회장은 SNS 등을 통해 지위에 맞지 않는 막말 등 돌출 행동으로 의사 사회에서 입지가 좁아진 상황이었다.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한창이던 지난 5월 자신의 SNS에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 수석 비서관을 겨냥해 “이 작자는 도대체 제정신인지 (모르겠다.) 매일같이 정신분열증(조현병) 환자의 개소리를 듣는 것도 지친다”라고 적었다가 조현병 환자를 비하했다는 역풍을 맞기도 했다.
또 임 회장은 온라인에서 자신을 비방하는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간부를 고소한 뒤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이후 대응이 미흡해 이를 되돌리지 못한 점, 간호사가 의사의 진료나 치료 행위를 위임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간호법 제정을 막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큰 비판을 받았다.
임 회장은 자신의 SNS 계정을 삭제한 뒤 이날 총회에서 “전공의와 의대생의 목소리를 충분히 경청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지 못해 깊이 반성하고 사죄한다. 사명을 끝까지 완수할 수 있도록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했지만, 탄핵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임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그동안 의정 갈등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전공의 단체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을 포함한 전공의 90명이 의협 대의원들에게 임 회장을 탄핵해달라고 공개 요청했는데 이 요구가 받아들여졌으므로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는 관측이다.
앞서 정부는 의료계에 의대 증원에 대해 통일된 입장을 내놓으라고 요구했지만 의협과 전공의들이 이견을 보이면서 의정 간 대화는 답보 상태를 보였다.
의협은 정부에 “2025학년도는 물론이고 2026학년도까지 증원을 취소하고 2027학년도부터 규모를 논의하자”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반면 전공의들은 “증원 계획 자체를 전면 백지화하라”라는 입장이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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