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당시 260g으로 국내 최소 체중..세계 14번째
11월 5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
지난 4월 22일 국내에서 가장 작은 몸무게(260g)으로 태어난 아이가 삼성서울병원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겨져 24시간 집중 관리를 받는 모습. 삼성서울병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지금까지 한국에서 태어난 아기 중 가장 작은 아기가 삼성서울병원에서 지난 5일 건강하게 퇴원했다.
12일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엄마 뱃속에서 25주 5일만에 260g으로 국내에서 가장 작은 몸무게로 태어난 아기가 병원 생활 198일만에 집으로 되돌아갔다. 퇴원 때 잰 몸무게는 3.19kg로 태어났을 때 보다 10배 넘게 자랐다.
개인병원을 다니던 산모는 심한 자궁내태아발육지연 및 임신중독증으로 국내 한 대학병원을 거쳐 삼성서울병원으로 전원됐다. 아기는 임신 21주차부터 성장을 멈췄으며 자궁내성장지연을 확인한 삼성서울병원 모아집중치료센터의 움직임도 이 때부터 바빠졌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2014년 고위험 산모와 태아, 신생아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도록 다학제 진료 기반 모아집중치료센터를 개소한 바 있다.
산모는 혈압이 점차 치솟고, 복수까지 차오르는 전형적인 전자간증 증세를 보였다. 전자간증은 임신 중 발생하는 고혈압성 질환으로 임부와 태아 모두를 위태롭게 하는 대표적인 임신 관련 질환이다.
모아센터 의료진의 마음도 급해졌다. 오수영 산부인과 교수, 함수지 임상강사 등 고위험산모팀은 산모의 증세를 완화하기 위해 마그네슘을 투여하는 등 아기의 안전한 출산을 준비했다.
아기는 너무 작아 의료진들이 제왕절개수술을 결정하기까지 고심을 거듭했다. 걱정과 기대가 교차하는 가운데 아기는 산모가 입원한 지 나흘 만인 4월 22일 태어났다. 두꺼운 자궁벽을 뚫고 조심스레 꺼낸 아기는 집도의였던 함수지 임상강사의 손바닥 크기에 불과했다.
아기는 출생 직후 호흡부전, 패혈성 쇼크로 인해 인공호흡기 치료, 항생제, 승압제, 수혈 등의 고강도의 치료가 필요했다.
첫 번째 고비는 생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태변으로 장이 막히면서 시작됐다. 수술을 감당키 어려울 만큼 아직 작았다. 소아외과에서 매일 아기를 살피는 가운데 신생아팀의 양미선, 황지은, 박성현, 이나현 교수가 매일 조금씩 태변을 꺼내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
아기가 신생아중환자실에 온 날부터 줄곧 지정의로서 치료했던 양미선 교수는 당시를 회상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양 교수는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 모두 아기가 첫 변을 본 순간을 잊지 못한다”며 “아기가 반드시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더욱 강해졌다”고 말했다.
태변을 본 아기는 몰라보게 호전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호흡기를 떼고 자발호흡을 시작하고, 몸무게도 늘기 시작했다.
미숙아에 흔한 망막증도 안과에서 매주 망막검사를 진행하며 관리하자 큰 합병증 없이 무사히 넘겼다. 재활의학과에서 매일 구강 및 운동 재활치료를 하면서 기운도 활달해졌다. 아기에게 ‘일원동 호랑이’란 별명도 이때 붙었다.
신생아중환자실의 간호사들의 열정도 아기의 고군분투에 힘을 불어넣었다. 아기의 작은 몸에 필요한 영양과 약물 주입이 가능하도록 말초삽입형 중심정맥관을 확보하고, 고습도의 환경을 조성하면서도 이로 인한 감염을 예방하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신생아중환자실 전문간호사의 역할이 컸다.
특히 민현기 신생아중환자실 전문간호사는 산모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임신 합병증으로 엄마의 눈이 잠시 안 보일 때 아기에게 먹일 모유 유축을 민현기 간호사가 도왔다.
산모도 출산 후 몸을 추스리고 매일 병원을 찾아 아기의 상태를 살폈다. 건강 문제로 병원을 다녀가기 어려울 때는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의 전화와 문자를 확인하며 아기의 건강을 간절히 기도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2년 1·2차 신생아중환자실 적정성 평가 결과에 따르면 아기보다 조금 더 큰 500g 미만의 신생아도 생존율은 36.8%에 불과하다. 300g 미만으로 태어나면 생존한계 바깥 범위여서 생존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희박하다.
장윤실 모아집중치료센터장은 “이번 아기는 앞으로 태어날 모든 저체중 미숙아의 희망이 될 것"이라며 “의학적 한계 너머에서도 생명의 불씨를 살릴 더 많은 기회를 찾기 위해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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