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사기 피해에 우울감 빠져 아들·딸과 동반자살시도...아들은 숨지고 딸은 뇌병변 진단
[파이낸셜뉴스] 주식사기를 당한 뒤 아들을 죽음에 이르게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온 40대 어머니가 뒤늦은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13일 살인 등의 혐의로 재판받아 온 A씨(46)의 마지막 공판이 열린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 최후 진술기회를 얻은 A씨는 "주식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우울감을 못이겨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아이들을 지키고 싶다"고 연신 눈물을 흘렸다.
치과 기공사로 일하며 남편, 아들·딸과 함께 행복한 생활을 이어가던 A씨의 가족들에게 불행이 닥친 것은 A씨가 주식투자 사기를 당한 이후부터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2억 원의 돈이 한 순간에 사라지면서 A씨는 극심한 우울감에 빠졌다. 검찰은 A씨의 사기 피해 금액을 1억3000여만원으로 파악했지만, A씨 측은 2억3000만원이 넘는다는 입장이다.
이 와중에 A씨는 지난 1월 아들·딸과 함께 동반자살을 시도했다. 자신의 집에서 번개탄을 피운 채 아들·딸과 함께 잠들었다.
이후 A씨는 잠에서 깨어났지만 아들은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딸은 정신을 차렸지만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뇌병변 진단을 받고 평생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가 됐다.
A씨는 "그토록 사랑했던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 저 자신이 원망스럽다. 밝고 명랑했던 딸은 스스로 움직이기 어렵게 됐다. 딸의 행복을 빼앗아 너무나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며 가슴을 쳤다.
A씨는 "딸이 아빠를 통해 엄마와 오빠를 찾는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지금 중요한 것은 살아 있는 딸의 행복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딸을 위해 살 수 있도록 선처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검찰은 "상당한 금액의 사기 피해를 입었다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자녀의 생명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며 징역 8년을 구형했다. A씨의 선고 공판은 12월 23일 열릴 예정이다. A씨 가정의 행복을 앗아간 주식 사기 일당에 대한 선고는 이달 18일 열린다.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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