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삼성전자, 지금이라도 팔아야하나"..앞다퉈 돈 빼는 외국인 어디로 가길래

"삼성전자, 지금이라도 팔아야하나"..앞다퉈 돈 빼는 외국인 어디로 가길래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화면에 삼성전자 주가가 표시돼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전장 대비 4.53% 내린 5만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한국 주식 시장과 외환 시장이 ‘트럼프 패닉(공황)’에 휘청이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트럼프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업종 위주로 대응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패닉'에 빠진 한국증시

한국의 수출 의존도는 국내총생산(GDP)의 40% 이상으로 다른 나라보다 높다. 대미 수출의 35%를 자동차가 담당하고, 대중 수출의 50%를 반도체 등 IT 품목이 담당하는 편중된 구조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가 자국 자동차 산업을 위해 한국의 자동차 산업을 견제하고, 대중 강경책으로 중국의 IT 수출을 제한할 경우 한국이 그 피해를 입을 것으로 투자자들이 예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가 트럼프 2기 경제정책의 피해를 다른 나라보다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와 환율에 반영되고 있다”고 했다.

한국 거래소에 따르면 미 대선 이후(5~12일) 증시가 가장 많이 오른 곳은 터키(7.06%)이며, 가장 많이 하락한 곳은 한국 코스닥으로 -5.49%, 그다음이 한국 코스피로 -3.66%였다. 한국을 빼고 가장 많이 추락한 곳은 남아공 증시로 -3.02%였다.

13일 한국 코스피는 2.64% 떨어지며 2417.08에 마감했다. 나흘째 급락세로, 작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미 대선 이후 코스피 하락률은 6일 0.52%에서 11일 1.15%로 커지더니, 이날은 2%가 넘는 등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가 하락 주도하는 외국인들.. 어제 하루만 7000억 순매도

한국 주가를 끌어내린 건 외국인 투자자들이다. 한국에 대한 ‘트럼프 패닉’이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확산한 것이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선 외국인 투자자가 7134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는 4.53% 넘게 하락하며 5만600원에 마감했다. 소위 ‘4만전자(삼성전자 주가 4만원대)’ 진입을 코앞에 둔 것이다. 삼성전자가 4만원대를 앞둔 것은 2020년 6월 15일 이후 4년 만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를 11거래일째 순매도하고 있는데, 이 기간 코스피 전체 순매도보다 훨씬 많은 2조6920억원을 순매도했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을 주도하는 외국인은 트럼프 2기 정부 관세 우려, SK하이닉스와 롱숏 플레이(SK하이닉스 매수, 삼성전자 매도), 신흥국 비중 축소 등을 이유로 삼성전자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하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지자 외국인들은 신흥국 비중을 줄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과 더불어 거세질 관세 폭탄에 직격탄을 맞을 한국, 대만 등 대미수출 흑자국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중이다.

외국인이 한국 투자에 주로 활용하는 상장지수펀드(ETF)는 ‘아이셰어 MSCI 한국(EWY)’인데 여기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7%다. 외국인이 한국 비중을 줄일수록 삼성전자 순매도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삼성 HBM에 대한 의구심... SK하이닉스는 '폭풍매수'

이 같은 매도 행렬은 삼성전자가 고대역폭 메모리(HBM)에서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AI반도체 밸류체인 투자는 유지하고 싶은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는 순매도 하고, SK하이닉스를 순매수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HBM을 공급해 엔비디아 밸류체인에 있는 SK하이닉스는 지난 한달간 외국인이 8850억원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가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삼성전자는 10월 초 실적 발표를 앞두고 HBM 기술 격차에 따른 실적 우려 등이 투자 불안 심리를 부추기며 자금 이탈을 불렀다. 8월 마지막주부터 외국인이 순매수로 장을 마감한 날은 9월 2일과 10월 28일, 10월 29일 총 3일뿐이다.

주가 하락으로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의 비중도 낮아졌다.
한 달 전 코스피 시가총액 2117조원 중 삼성전자의 시총은 354조원으로 16.72%를 차지했으나 13일 종가 기준 코스피 시총은 1971조원, 삼성전자의 시총은 302조원을 기록하며 코스피에서 삼성전자의 비중은 15.32%로 줄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정책 불확실성은 내년 1월 20일 취임식 이후 트럼프가 중국 관세나 대중 반도체 규제를 발표한 이후에나 해소될 것”이라며 “따라서 주가 추세를 기대하면서 대응하기보다는 트럼프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업종 위주의 전술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코스피지수에 착시를 주고 있다”며 “삼성전자를 제외한 코스피지수는 2650선 정도여서,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코스피지수가 그렇게까지 많이 빠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