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등 전통 에너지 부흥 꾀하는 트럼프
원유 증산 가능성 커지며 국제유가 하방압력↑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에서 선거 유세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트럼프 2기가 시작되면서 국제유가 하방압력이 우세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화석연료 규제 완화 등 조 바이든 행정부와 상반된 에너지 정책이 추진돼 미국의 원유 생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4일 국제금융센터가 발간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에너지·기후 정책과 시장평가’에 따르면 향후 4년간 국제유가의 하방압력은 확대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화석연료 중심의 전통 에너지 산업을 적극 지지하는 등 현 바이든 행정부와 상반되는 에너지 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1기 정부에서도 화석 연료 규제를 대폭 완화하자 당시 미국은 세계 최대 원유생산국으로 부상한 바 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집권 1기와 비교할 때 더 강한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선거 기간 중 제조업 부흥과 에너지 비용 절감을 위해 △화석연료 △재생에너지 △기후협약·환경 규제 △전기·전력 등 4가지를 중심으로 정책을 재편할 것으로 예고했다.
보고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연방 공유지에서의 시추를 허용하고 알래스카 북극 보호지역에서의 시추도 재개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석유 증산 등을 위한 파이프라인, 수출터미널 등 인프라도 확대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에서 중단된 북미 최대 송유관 사업(키스톤 XL)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키스톤 XL은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미국 텍사스주를 연결하는 총 길이 8000km 송유관으로 미국의 안정적 원유공급을 위한 약 90억달러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다.
오정석 국금센터 전문위원은 “국제유가는 미국 원유생산 확대에 우호적인 정책 방향에 힘입어 하방압력이 유지될 전망”이라며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 러시아에 대한 제재 완화 등이 뒤따를 경우 하방압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의 공급 우위 여건이 지속되는 가운데 원유 수요는 줄어들 전망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월간 보고서를 통해 2025년 원유 수요를 하루 164만배럴에서 154만배럴로 낮췄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처 중 하나인 중국이 내수 부진에 예상보다 수요가 부진할 것으로 예측되면서다. OPEC은 중국의 원유 수요를 당초 하루 41만배럴에서 31만배럴로 낮췄다.
시장에서도 트럼프 2기 행정부로 인해 국제유가의 하방압력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정KPMG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국내 산업 영향' 보고서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기존 규제를 강화했던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하고, 파리 기후협약 재탈퇴와 함께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인 입장을 제시할 것"이라며 "석유 및 가스 시추 등 에너지 생산 규제 철폐 및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통한 전통 화석연료와 원자력 등 미국 내 모든 에너지 생산 증대를 도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이투자증권은 ‘트럼프 2기의 성격과 각 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화석연료 신규 시추 및 생산을 위한 연방정부 소유 공공부지 임대 확대 등의 정책이 실행되면 최근 들어 주춤했던 미국의 원유 생산량을 재차 늘림으로써 에너지 가격 하향 안정화를 이끌어줄 수 있다”며 “실제로 지난 트럼프 행정부 집권 1기 당시 화석연료 시추와 관련된 규제 완화로 미국 원유 생산량 빠르게 증가하며 역사적 고점을 경신했다”고 설명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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