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편의점·서점 등 가맹점 지정
고객 예금토큰으로 지급결제 가능
신한·KB국민·우리銀 등 사업 박차
신규 고객·거래 데이터 확보 기대
은행권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발판 삼아 비은행부문의 역량 강화에 나선다. 배달, 편의점, 카페 등 결제 가맹점을 다양화해 비은행 분야 소비자를 고객으로 포섭할 방침이다. CBDC로 직접 결제가 가능해지면 거래 데이터까지 확보할 수 있게 돼 은행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CBDC로 비은행 사업 '돌파구' 마련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자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땡겨요'를 통해 한국은행 발행 CBDC 활용성 테스트에 참여할 예정이다. 땡겨요에 등록된 가맹점에서는 CBDC를 통한 토큰 결제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땡겨요는 지난 2022년 1월 출시된 배달앱으로 2%대 중개수수료와 가맹점 정산수수료 무료, 실시간 매출 정산, 지역화폐 구입·결제 이용금액 1.5% 적립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내년 일반인 10만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활용성 테스트에서 신한은행은 최대 2만명을 끌어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번 테스트를 통해 땡겨요의 신규가입자를 자연스럽게 은행 고객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테스트에 참여하는 은행들은 결제처는 모두 공유하지만 예금을 토큰으로 전환하고 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각 은행이 개발한 전자지갑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모바일 앱 '신한 SOL뱅크'에 새로운 결제수단으로 CBDC를 추가할 예정이다.
지난달 말 기준 땡겨요 가맹점 수는 약 18만개, 가입자 수는 지난해 말 285만명에서 365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단순히 CBDC 테스트를 완수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를 신한은행 고객으로 만들고,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면서 비은행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사업은 소상공인의 자금애로 사항을 해소해 '상생금융'에도 적합하다는 평가다. 예금토큰 기능이 활성화될 경우 고객의 자금이 직접 소상공인의 계좌로 입금돼 정산 과정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티몬·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 같은 사례도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정산주기도 필요 없고 수수료도 없어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며 "이번 사업을 통해 결제처를 확대하고, 고객도 더욱 다양하게 확보하는 등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CBDC 통해 새로운 도약 노린다
다른 은행들도 편의점이나 카페 등을 통해 CBDC 시스템을 시도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모바일 앱 'KB스타뱅킹'을 통해 세븐일레븐과 교보문고 등에서 CBDC를 이용한 결제를 지원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현대홈쇼핑, 인기 여자 아이돌 '트리플에스' 소속사인 모드하우스와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모드하우스 소속 연예인의 굿즈를 예금토큰으로 구매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CBDC가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제공되는 바우처 프로그램이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높은 수수료를 부담해야 했던 국가 간 지급결제가 개선되는 등의 효과가 예상된다.
특히 CBDC의 스마트 계약(콘트랙트) 기능을 통해 은행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은행이 거래 데이터를 확보하고 결제사업 유치 등의 기회를 갖게 되면서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수 있고, 대출 사전검증이나 비대면 금융사기 방지 등을 통해 신규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CBDC 사업은 당장의 재무적 실익을 노린다기보다는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뛰어드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박소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