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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후위기와 사계절 모기

[기자수첩] 기후위기와 사계절 모기
권준호 산업부 기자
올해는 유난히 모기가 많이 보인다. 제법 추워진 날씨에도 열심히 십자가를 그리는 사람이 상당하다. 아직까지 활동하는 밉상들을 보니 '모기=여름' 공식은 끝난 듯하다. 비단 모기뿐 아니다. 올여름은 기온, 열대야, 강수량, 해수면 온도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하며 역대 최악으로 꼽혔다. 가을에는 뒤늦게 장마가 와서 많은 사람을 괴롭히기도 했다.

이쯤 되니 무관심하던 사람들도 하나둘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늘어난 기획기사 수와 언론사 포럼 등이 이를 방증한다. 우리나라 정부도 최근 아제르바이잔에서 개막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환경부 장관을 파견, 변화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뚜렷한 해결방안이 보이지 않다는 데 있다. 환경부가 14일 기후위기대응단을 만들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이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아직까지 기후위기를 전담하는 정부 조직이 없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

기업들이 나서서 노력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금세 바뀔 것 같던 전기차 산업도 위기를 맞은 지 오래다. 그동안 한반도 해수면은 1년에 3.12㎜씩 상승하며 세계 평균 2㎜를 훌쩍 넘겼다.

한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더 이상 '깨끗하게 분리수거 하기' 식의 단순한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기업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재 주고 있는 인센티브보다 큰 당근을 제시한다면 자발적 움직임을 이끌어낼 수 있다.

국민의 공감대 형성도 필수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을 생활화하는 식의 변화가 이제 정말 필요하다. 교과 과정에 기후위기에 대한 내용을 더 넣거나 아예 시험과목을 만드는 방법도 효과적일 수 있다.

혹자는 '100년도 못 사는 인생, 대충 살자'고 외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후대에게 이 지구를 물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우리의 자식들이 푸르른 지구를 못 보게 될지도 모른다. 우선 지구가 있어야 전쟁도, 정치도 계속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1도 오를 때 전 세계 총생산(GDP)은 최대 12% 감소한다고 한다. 기후를 못 지키면 '벼락거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은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2년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사계절 내내 모기를 잡게 될지도 모른다.

kjh0109@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