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에 1400원 돌파한 원·달러 환율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미국 대선 이후 뚜렷해진 달러 강세에 원·달러 환율이 계속해서 오르며 1410원을 돌파해 연고점을 재경신한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2024.11.13 yatoya@yna.co.kr (끝)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다시 지정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은 가운데 정책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우리정부에게 상당한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의도적 외환시장 개입에 따른 지정은 아니어서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재무부는 14일(현지시간) '주요 교역 대상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 정책' 반기 보고서에서 중국, 일본, 한국,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독일 등 7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한국은 2016년 4월 이후 7년여 만인 2023년 11월 환율관찰 대상국에서 빠졌다. 지난 6월 보고서에서도 제외됐지만 이번에 다시 환율관찰 대상국에 포함됐다. 나머지 6개국은 지난 6월에도 환율관찰 대상국이었다.
미국은 지난 2015년 제정된 무역 촉진법에 따라 자국과의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거시경제와 환율 정책을 평가하고 일정 기준에 해당할 경우 심층분석국 내지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현재 평가 기준은 150억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에 해당하는 경상수지 흑자, 12개월 중 최소 8개월간 달러를 순매수하고 그 금액이 GDP의 2% 이상인 경우다.
이 중 3가지 기준에 모두 해당하면 심층분석 대상이 된다. 2가지만 해당하면 관찰대상국이 된다.
지난 보고서에서 한국은 무역 흑자 관련 기준에만 해당했는데 이번에는 경상수지 흑자도 문제가 됐다.
미 재무부는 2024년 6월 말 기준으로 한국의 연간 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3.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년 전 대비 0.2% 급증했다.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전년도의 380억달러에서 500억달러로 늘었다.
이번 환율 보고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마지막 보고서다.
[세종=뉴시스]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상 요건 및 한국 평가 결과. (자료=기획재정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다. 트럼프 1기 때는 미국이 한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에 한국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다.
당시 미국이 중국과의 '환율 전쟁'을 선포하고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한국 등 대미 무역흑자가 많은 다른 나라의 환율 정책도 문제 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
현재 흐름도 비슷하다. 트럼프 당선인은 공약에서 대미 1위 무역흑자국, 특히 중국을 정조준하고 있다. 중국산 제품의 수입관세를 60% 부과하겠다는 게 대표적이다.
한국은 현재 미국의 입장에서 8대 무역 적자국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2023년 444억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올해 1∼9월도 399억달러로 다시 최대 기록 경신이 유력하다.
무역적자 해소를 통한 경제 재건을 핵심 공약으로 내건 트럼프 당선인으로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 정부의 보고서이지만 '환율관찰대상국'재지정을 통상정책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정부는 내부적으로 대미 무역수지 균형을 위해 가스를 중심으로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원유, LNG 등 에너지 구매력을 통해 미국의 대한국 통상 압력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환율관찰대상국 재지정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되더라도 제재 등의 불이익은 없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환율보고서는 기본적으로 자국 통화의 약세를 유도해서 환율을 올려서 수출경쟁력을 부당하게 취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작성한 것으로, 판단 기준도 달러 순매수에 대한 관심"이라며 "최근 환율 상황이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지수"라고 말했다.
또 기재부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미 재무부는 평가기간 중 한국의 경상흑자가 상당 수준 증가했고, 기술 관련 상품에 대한 견조한 대외수요로 상품수지가 증가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며 "외환시장 개입과 관련해서는 우리 외환당국이 분기별로 공시하는 순거래 내역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재무부의 공식적인 감시 대상으로 지목됐다는 점에서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부담이 따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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