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끝나 홀가분한 마음으로"
"그동안 못 샀는데 옷 50만원 사겠다"
대학 생활 대비해 노트북 사려는 발걸음
다만 학생 소비 여력에 비해 여전히 비싸다는 지적도
수능 하루 뒤인 15일 오후 2시께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월드타워점에서 수험생들이 노트북을 들여다 보고 있다. /사진=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이젠 해방이다."
수능 다음날인 15일 오후 2시께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와 롯데월드몰에는 학생들이 몰렸다. 평소 백화점을 자주 찾지 않던 학생들도 수험생 할인이 적용되는 롯데월드 체험, 영화관람을 하러 왔다가 부수적인 구매를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실적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던 백화점과 마트 등 유통업계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할인에 나섰다. 다만 할인을 적용해도 브랜드 제품을 사기엔 고민이 많다는 의견도 있었다.
싼 볼거리·놀거리에 백화점으로 발길
이날 롯데월드 앞에는 교복 차림의 학생들이 줄을 섰다. 롯데시네마에도 안경 낀 앳된 얼굴에 캐주얼한 차림의 청소년들이 눈에 띄었다. 수능이 끝난 뒤 일부 학교가 일찍 수업을 마쳤고 수험생 할인이 쏟아지면서, 학생들이 북적였다.
서울 송파 롯데월드는 오는 30일까지 수험생에게 원가 5만4000원이던 종일권을 2만6000원에 제공했으며, 롯데시네마는 수험생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영화 관람권을 7000원에 판매했다. 롯데월드몰 데스크 직원 A씨는 "오늘 하루만 학생을 10명 넘게 본 것 같다"며 "평소라면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놀러온 김에 아이쇼핑을 하고 물건을 산 학생들도 있었다. 롯데백화점이 오는 17일까지 'BYE 수능, BUY 패션'이라는 할인행사를 진행해서다. 전 지점 80여개 패션 브랜드가 참여하며 수험표를 제시하면 최대 20% 추가 할인된다. 수험생들도 시험이 끝나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를 하겠다며 기대하고 있었다. 김모양(18)은 "롯데월드로 놀러온 김에 그동안 안 샀던 옷들을 살 예정"이라면서 "오늘 쓰려고 계획하고 온 예산은 50만원"이라며 웃어보였다.
롯데백화점에서 진행하는 드래곤볼 팝업스토어에도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만화 드래곤볼 캐릭터가 등신대 입간판으로 세워져 있었으며, 캐릭터가 그려진 옷, 피규어 등을 판매했다. 평소 백화점을 자주 오지 않는다는 송보경군(18)은 "영화도 보고 팝업스토어도 보러 온 거라 무언가를 사겠다고 정하고 온 것은 아니"라며 "보다가 괜찮으면 옷이든 뭐든 사려고 한다. 10만원 이상 쓰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송군은 피규어가 잔뜩 든 장바구니를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수능을 치지는 않았지만 학교가 일찍 끝나 놀러 왔다는 고등학교 저학년 학생들도 있었다. 임재영군(17)은 "원래 관심있던 '예스아이씨(YESEYESEE)'라는 브랜드가 할인한다길래 왔다"며 "수험생 할인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학교도 일찍 끝나 백화점 구경을 하러 왔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의 노트북 코너엔 수험생과 가족들이 노트북을 들어보며 무게가 가벼운지, 가격대는 합당한지 이모저모를 살펴보고 있었다. 이경석씨(51)는 "수능 끝난 아들이 대학생이 되면 필요할 것 같아 노트북을 보러 왔다"고 했다. 김모군(18)은 수험생 할인을 받아 영화를 보러 왔다가 영화 시간을 기다리면서 노트북을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미 수시로 대학에 붙어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놀러 나왔다"며 "대학생 때 쓸 노트북도 어느 정도 알아보고 왔는데 100만원대로 삼성, 애플의 노트북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학생에겐 부담되는 가격
다만 백화점·마트가 할인을 하고 있는 줄 몰랐다거나 할인을 해도 가격이 비싸 백화점 구매를 하지 않을 방침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롯데월드 앞에서 만난 수험생 김지원양(18)은 "세종에서부터 친구들과 놀이공원으로 놀러왔다"며 "백화점이나 마트, 호텔이 수험생 할인을 하는 것도 몰랐고,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가격이 비싸 관심이 딱히 없다"고 말했다. 김서윤양(17)은 "롯데월드에 온 김에 조금 일찍 도착하면 백화점 아이쇼핑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제로 살 생각은 없다"며 "수험생 할인 때문에 돈을 더 쓰게 되는 경우가 있을 것 같아 조심하려 한다"고 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