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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트럼프, 벌써 각료 22명 지명...국회 인준도 건너뛸까?

트럼프, 14일 기준으로 대행 2명 포함해 각료 22명 지명
13명만 더 뽑으면 핵심 직책 채워
1기 정부 당시 늦은 인선 감안해 신속 지명
상원 과반 차지해 인준 수월하지만 그마저도 건너뛸 생각
상원 휴회 기간에 임시로 임명하면 빨라, 권한 남용 논란 나올 수도

'빨리빨리' 트럼프, 벌써 각료 22명 지명...국회 인준도 건너뛸까?
지난 5월 16일 미국 뉴욕 맨해튼 형사 법원에서 성추문 입막음 재판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가운데)이 트럼프 2기 정부 법무장관 지명자인 동시에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을 받고 있는 공화당 맷 게이츠 하원의원(왼쪽 첫번째) 옆을 지나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달 대선 승리 직후부터 차기 정부 내각을 채워가는 가운데 약 13개 직책만 추가로 임명하면 대략적인 정부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일부 외신들은 트럼프가 상원을 점령한 공화당과 협조해 후보자 인준 절차를 건너뛰고, 바로 장관을 임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트럼프가 아직 지명하지 않은 주요 내각 직책은 13개로 집계됐다. 농무부, 상무부, 교육부, 에너지부, 주택도시개발부, 교통부, 재무부, 노동부까지 8개 부처 장관직은 무성한 소문에도 불구하고 아직 공식 지명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외에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미국 중소기업청(SBA) 청장,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 실장 자리도 비어있다.

트럼프가 14일까지 지명한 각료는 대행 2명을 합해 총 22명이다. 트럼프는 이 가운데 부통령 후보를 포함한 11명에 대해서는 상원의 인준 과정 없이 원하는 직위에 임명할 수 있다. 정부 장관급 고위직 가운데 상원 인준이 필요한 자리는 국무장관 및 각 부처 장관들을 포함하여 총 24개다. 트럼프는 현재 9개 직위에 후보를 지명했다.

트럼프는 지난 2017년 1기 정부 출범 당시 상원 인준이 늦어지면서 요직을 제대로 채우지 못했다. 그는 민주당이 인준을 방해한다고 주장했으나 민주당 측에서는 트럼프가 너무 느리게 후보를 뽑는다고 반박했다.

2기 정부를 맞이하는 트럼프는 대선 승리 약 1주일 만에 주요 직책에 후보를 지명했다. 정권 인수팀은 트럼프의 플로리다주 자택에 사무실을 차리고 약 4000개의 정부 직책에 대한 후보 선정에 착수했다. 이 가운데 약 1200개는 상원 인준이 필요하다.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은 이달 대선과 함께 열린 상원 선거에서 100석 가운데 53석을 차지해 무난히 과반을 달성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공화당의 상원 확보로 신속한 후보 인준이 가능한 상황에서 그 인준마저 건너뛸 생각이다.

영국 BBC는 14일 보도에서 트럼프가 미국 헌법 제2조 2항의 '대통령은 상원이 휴회 중일 때에도 직무를 수행해야 할 공직자들을 임명할 수 있다'는 규정을 이용할 생각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해당 규정을 이용하면 공화당 의원들과 협조해 상원을 휴회한 뒤 필요한 후보들을 인준 청문회 없이 장관에 임명할 수 있다. 이러한 편법을 사용하면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를 받았던 맷 게이츠 법무장관 지명자와 백신 반대 등 비과학적인 신조를 고수하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장관 지명자 역시 신속하게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물론 휴회 규정은 공직의 공백을 긴급하게 채우기 위한 임시 조치다.
휴회 기간에 임명된 인준 심사 대상자는 임명 1년 안에 상원의 사후 승인을 받지 못하면 자리를 지킬 수 없다. 또한 대통령이 무더기 휴회 임명을 강행할 경우 대통령 권한 남용 논란이 커질 수 있다. 과거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2년 당시 상원 휴회 중 연방 기구인 노동관계위원회(NLRB) 위원 3명을 임명했지만, 2년 후 연방대법원이 위헌 결정을 내렸다.

'빨리빨리' 트럼프, 벌써 각료 22명 지명...국회 인준도 건너뛸까?
트럼프 2기 정부에서 '국경 차르'로 지명된 톰 호먼 전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직무대행, 유엔 주재 미국 대사로 지명된 엘리즈 스테파닉 공화당 하원의원(뉴욕주), 환경보호청(EPA) 청장으로 지명된 리 젤딘 전 하원의원(왼쪽부터).로이터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