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덕 건설부동산부장
부동산업계에 '임장크루' 논란이 한창이다. 임장크루는 현장에 나가 직접 확인한다는 뜻의 임장(臨場)과 공통된 목적을 위해 모인 사람들의 집단이라는 의미의 크루(Crew)가 조합된 신조어로 쉽게 설명하면 부동산 물건이나 주변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모인 집단이라는 의미다. 주로 네이버 임장 카페를 기반으로 모인 2030세대가 주축이다.
사실 분양이든 매매든, 임대든 부동산시장에 진입하려면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점에서 임장은 지극히 당연한 활동이다. 특히 전세사기 문제로 2030세대가 피눈물을 흘렸던 것을 감안하면 매물을 확인하고 위험요소를 세세하게 체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것도 맞다. 하지만 임장크루에 대한 부동산업계의 시각은 싸늘하다. 실수요 의사가 없는 이들의 조직적인 임장활동이 업무방해 수준까지 달했기 때문이다.
임장크루를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를 찾아보면 부동산중개소를 방문하거나 매물을 확인할 때 요령 등을 소개한다. 이 정도까지는 충분히 이해해 줄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일부 임장크루는 실제 매수의향이 있는 것처럼 중개소를 찾아가 매물을 보여달라고 요구하고, 살고 있는 집에 들어가 여기저기를 들여다보고 다른 집을 더 소개해달라고 요구한다.
조직적인 임장크루의 활동이 반복되기 전에는 중개인들도 이들이 실수요자인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정보를 묻고 매물만 보고 사라지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임장족이 유행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직업이 사람을 상대하는 일인 만큼 실제 매수의사가 있는지 눈치로 알수 있지만 부부인 척하고 찾아오는 임장족을 내치기도 애매하다는 푸념도 나온다.
공인중개사뿐만 아니라 집주인들도 황당한 심정이다. 기껏 청소를 하고 시간을 내서 문을 열어줬더니 매수할 생각도 없는 사람이 대충 집안을 둘러보고 사라진다. 다급히 집을 팔거나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던 집주인들이 당시에 속이 까맣게 타들었다는 후문도 들린다. 이 과정에서 중간에 낀 공인중개사가 눈총을 받기도 한다. 집을 살 의향이 없는 사람을 왜 데려왔느냐는 항의다. 임장크루 논란에 대한 기사에 오죽했으면 '당해보면 안다'는 푸념 섞인 댓글이 나올 정도다. 이러다 보니 집을 보여줄 때 별도의 수수료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거론되기도 한다.
임장크루가 상업화됐다는 점도 문제다. 네이버 스토어에는 임장클래스, 수도권 아파트 임장 등의 제목으로 임장크루 참여권이 판매되고 있다. 하루 임장크루 참여권을 9만9000원에 판매하는 곳도 있고, 6개월·1년짜리 가입비를 받는 곳도 있을 정도니 이 정도면 기업형 임장업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논란이 커지면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임장크루를 운영하는 11개 업체에 협조요청 공문을 보내면서 공식 대응에 나섰다. 임장크루가 정보나 경험을 쌓기 위해 공인중개사나 임대인, 임차인에게 부담을 주고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민원이 잇따랐다는 설명이다. 협회는 공문에서 "임장크루의 활동이 공인중개사에게는 업무 효율성을 떨어트리고 업무방해가 발생될 수 있으며, 임대인과 임차인에게는 불필요한 부담을 주고 있다"면서 "임장클래스 내부의 규칙 등을 마련해 임장크루 활동이 공인중개사, 임대인, 임차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협조를 요청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장클래스가 긍정적인 학습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배려와 에티켓'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에서 조금만 검색해도 임장크루들이 올린 후기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의 후기들이 새로운 정보를 알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는 내용으로 채워진다.
하지만 이들이 얻은 알뜰한 정보는 누군가의 희생과 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영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상담에 응해 준 공인중개사, 안방에 화장실까지 공개한 집주인들 덕분이다. 집을 매도해야 하는 반대의 상황에서 과연 임장크루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해진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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