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추진하는 중국에 대한 고강도 관세 정책은 미 방산업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중국 국무원 산하 연구기관이 경고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중국 지도부가 산하 연구기관을 통해 미국에 간접적으로 경고했다.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중국 제품에 60% 관세를 물리는 등 미국과 중국 경제를 분리하는 디커플링을 시도한다면 미 방산 부문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중국 정부 관계자가 경고했다.
다른 미 제조업체들처럼 미 방산 업체들 역시 중국의 값싼 부품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중국 국무원 산하 싱크탱크의 연구원인 딩이판이 이런 경고를 내놨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의 속내를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국무원 산하 개발연구소(DRC) 연구원인 딩은 정부가 주관한 외신 브리핑에서 트럼프 당선자가 추진하는 중국 제품 60% 관세가 시행되면 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반 토막이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중국 업체들은 다른 나라를 통한 우회 수출로 불똥을 피하려 할 것이어서 막상 피해는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가 강력하게 추진할 미 방산업 활성화에도 중국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딩은 “그들 방위 기업이 중국으로부터 공급을 받지 못하면 생산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미국이 실제로 60% 관세 방안을 추진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9월 미 방산업체인 RTX(옛 레이시온) 최고경영자(CEO) 그레그 헤이스의 발언을 예로 들어 미국이 중국 제조업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강조했다. 딩이 소개한 바에 따르면 헤이스는 당시 컨퍼런스에서 RTX에 중국 2000개 업체가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헤이스는 지난해 FT와 인터뷰에서 서방 업체들이 중국의 위험을 줄일 수는 있지만 디커플링은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대체 공급망 구축에 수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말 페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중국의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한 것을 제외하면 지도부가 트럼프 당선에 관해 언급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대신 지도부가 하지 못하는 경고를,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정부 산하 연구기관 연구원의 입을 빌려 간접적으로 미국에 한 셈이다.
시 주석은 미국의 대중 고성능 반도체 수출 규제 등을 레드라인으로 간주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관계 악화를 경고했다.
그러나 그는 트럼프와 협력할 의사가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분석가들은 중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들이 실제로 어떻게 마련될지 일단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딩은 아울러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중국보다 미국에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세가 중국이 납품하는 미 기업들의 부품에도 적용돼 미국의 생산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중국이 수출하는 원자재와 부품에 의존하는 미 업체들은 단기간에 대체 공급원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미 경제에 심각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관세가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유발해 소비자들이 궁극적인 부담을 질 것이라는 미 연구기관들의 전망도 덧붙였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미 소비자들이 관세 인상분을 모두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딩의 이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무역전쟁 충격은 초기에 중국이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 후단대에서 지난해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1기 집권 시절인 2018년 시작된 무역전쟁 초기 중국 실질 GDP는 0.29% 감소한 반면 미 실질 GDP는 0.08% 줄어드는 데 그쳤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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