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성 전 부장검사
부장검사 승진 후 고민 끝 사직
늦기 전에 새로운 도전하자 다짐
대형로펌 뿌리치고 사무소 개업
저연차 변호사가 하는 일도 직접
조영성 전 부장검사. 조영성 전 부장검사 제공
"더 늦어지기 전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새로운 긴장감이 필요했죠."
18여년간 검사 생활을 한 조영성 전 부장검사(48·사법연수원 36기·사진)가 최근 검사복을 벗었다. 고민 끝에 지난달 사직서를 냈고, 이달 초 정식으로 사직 처리가 되면서 법률사무소 개업으로 새로운 길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수원지검 평택지청 검사로 임관한 뒤 의정부지검, 제주지검, 광주지검, 서울남부지검, 서울중앙지검, 인천지검 등을 거친 그는 마약·성폭력 등 강력사건을 주로 담당했다. '제주 올레길 살인 사건' '캄보디아 필로폰 밀수총책 직구속 사건' '그루밍 성범죄 목사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상반기 대검 우수형사부장, 2분기 대검 과학수사 우수사례에 선정되기도 했다.
조 전 검사는 검사 생활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세월호합동수사본부를 떠올렸다. 조 전 검사는 광주지검 강력부에서 근무하던 시절 목포에 꾸려진 합동수사본부에 파견됐는데, 인천지검으로 발령이 난 이후에도 인천에서 목포를 오가며 사건을 챙겼다.
조 전 검사는 "여러 사건을 담당했지만, 세월호 사건이 워낙 큰 사건이기도 하고 해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광주지검이 본청이다 보니 사건이 터지자마자 당분간 못 돌아오겠다는 생각으로 짐을 쌌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2개월가량 수사를 진행한 끝에 승무원과 안전점검 담당자 등 30명 넘는 관계자를 기소했다"며 "항소심 과정에서 인천지검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매주 1~2일씩 목포를 오가며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부부장검사를 지내던 당시도 밀려드는 업무로 인해 정신없던 시절로 회고했다. 그는 "한마디로 미제 지옥이었다"며 "사건 기록이 머리 위까지 쌓여 있어서 후배가 자리에 있는지, 없는지 확인이 어려울 정도였다"고 했다.
이처럼 쉼 없이 달려온 조 전 검사에게 지난해 부장검사 승진은 많은 고민을 안겨줬다고 한다. 다소 여유로워진 삶이 오히려 독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조 전 검사는 퇴직을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 "직접 수사를 하다 결재하는 자리에 가다 보니 긴장감이 떨어진 느낌이 들었고, 능력이 저하되는 게 아닌지 우려됐다"며 "더 늦으면 하고 싶어도 못할 수도 있으니, 50대가 되기 전에 새로운 도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전관 출신'으로 대우를 받으며 로펌행을 택할 수도 있었지만, 조 전 검사는 법률사무소 개업을 선택했다.
전반적인 변호사 업무를 직접 담당하며 차근차근 확장해 향후 법무법인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조 전 검사는 "대형 로펌에서는 주로 저연차 변호사들이 실무를 하고, 위에서 검토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랜 기간 검사 생활을 하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 이해도가 높고, 직접 상담부터 문서 작성까지 한다는 점을 차별점으로 두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변호사 입장에서는 여러 사건 중 하나에 불과할 수 있지만, 의뢰인 입장에서는 본인에게 중요한 한 건"이라며 "이름만 보고도 믿고 맡길 수 있는 로펌으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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