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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성의 인사이트] 세수 없는 성장

[김규성의 인사이트] 세수 없는 성장
경제부 부국장 세종본부장
내년 국세수입 목표액은 올해 걷힐 세금보다 약 45조원 많다. 내년 세입 예산안 382조4000억원에서 올해 재추계한 세수 실적 337조7000억원을 뺐다. 정부는 반도체 등 주요 업종 경기 급반등을 기대하면서 13% 이상 세수 증가를 예상했다.

세수예측은 쉽지 않다. 4년 연속 어긋났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세수가 그토록 증가할 줄 누가 알았겠나. 지난해와 올해는 '세수펑크'였지만 코로나 땐 '초과세수'가 문제였다. 국세수입 증가율이 2021년 20.5%, 2022년 15.1%에 달했다. 경제규모가 확대되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세수 변동성이 커졌다. 그 결과가 두자릿수를 넘나드는 세수 오차다.

세수결손은 현실이다. 정부 대응책도 나왔다. 공공기금을 활용하고 지방교부금을 줄여 결손액을 메운다고 한다. 재정 지속성, 안정성을 감안한다면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미래 세수다. 내년에 45조원 이상 세금을 더 확보할 수 있을까. 경제가 성장하면 늘어나는 게 정상인 세수는 오히려 줄고 있다. 올해 예상 성장률은 2%대 초반이다. 하지만 세수는 지난해 실적 대비 6조4000억원 줄게 된다. 내년 우리나라 경제가 2% 성장하면 두자릿수로 세수가 늘까. 세수 감소는 민간소비와 투자가 활성화되면 사라질 일시적 현상이라는 윤석열 정부 감세정책에 의구심도 든다.

법인세수가 관건이다. 내년 예산안에 잡혀 있는 법인세는 88조5000억원이다. 올해 예상 법인세수인 63조2000억원보다 25조3000억원 많다. 올해 기업실적 호조로 내년엔 이 정도의 법인세수가 더 걷힌다고 한다.

기업실적 흐름은 내년 세수예측이 정부 '희망회로'로 끝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조사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올 3·4분기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 셋 중 한 곳이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고금리·고환율이 지속되면서 내수부진이 이어진 영향이다. 기업실적은 악화됐다. 대외환경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보호무역 강화를 앞세운 미국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은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와 기업 경영환경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4만원대까지 추락한 것은 기업 실적의 불안을 대변한다.

법인세에 대한 환상을 줄여야 한다. 법인세는 경기부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법인세에 기대는 세수증대 전략은 안정적 세수 확보방안이 아니다. 더구나 글로벌 각국의 기업유치 경쟁으로 법인세율은 '저세율'에 수렴하게 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공약에도 법인세율 인하가 있다. 장기적으로 평균 성장률 정도로만 법인세수가 늘어나게 된다.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으로 외국납부세액도 급증세다.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의 외국납부세액은 7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해외에 내는 세금이 늘면 국내 법인세수 기반은 취약해진다.

공공기금 활용, 세수펑크 메우기도 일회용 대안일 뿐이다. 지방에 보낼 재원을 줄이면 경기하강을 정부가 되레 부추기고 재정이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을 계속 받게 된다. 세수결손이 났다면 재정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된 상태다. 건전재정 환상으론 재정궁핍을 피할 수 없다.

세금은 힘이 세다. 트럼프 당선인은 수입품에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에는 60% 이상의 고율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골칫거리인 재정적자 규모를 줄이는 방안으로 세금의 일종인 관세를 활용하겠다는 속내다. 중국 견제를 위한 통상전략이면서 세수 확보를 최우선에 둔 정책방향이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에 비해 낮다. 법인세율을 올리거나 기업과 관련된 세수 증대를 모색하기 힘들다. 이를 전제로 세수 추가 확보 방향을 고심해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급등하는 나라는 자산에 대한 세금을 올릴 여지가 많다. 법인세만 보는 천수답 세수는 더 이상 안 된다. 세수 증가 없는 성장은 지속성이 없다.

mirror@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