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美·中 사이에 껴 '진퇴양난'
수입 34% 中·수출 27% 美에 의존
트럼프 제재땐 GDP성장률 4%p ↓
베트남 진출 한국기업들 긴장 고조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이후 새로운 제조업 중심지로 각광받던 베트남이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으로 막대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베트남이 미국의 관세보복 표적으로 떠올랐기 때문인데, 베트남에서 생산하는 한국 기업들 역시 피해를 걱정하고 있다.
베트남 민간 경제단체인 베트남한인상공인연합회(KOCHAM·코참)의 홍선 회장은 18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베트남의 특정 한국 기업들은 새 트럼프 정부의 잠재적인 관세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미국이 베트남에서 수출하는 상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투자나 생산을 미루거나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와 베트남 기획투자부에 따르면 1988년부터 지난 6월 20일까지 한국이 베트남에 쏟아부은 외국인직접투자(FDI) 액수는 누적 874억달러(약 121조5646원)로 전체 18%를 차지해 세계 1위였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올해 7월 기준으로 1만개를 넘어섰으며 대부분이 중소기업이었다.
베트남 물류 플랫폼 가우NP인더스트리얼은 지난해 7월 발표에서 베트남에 진출한 4대 한국 기업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 롯데그룹을 언급했다. 베트남 FPT대학의 응우옌 티 탄 마이 국제경영학 교수는 지난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기고문을 통해 SK하이닉스, 현대모비스 역시 베트남에 진출해 전자산업 성장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베트남 경제는 중국에서 생산하던 해외 기업들이 트럼프의 무역전쟁을 피해 베트남으로 유입되고, 미국과 무역이 늘어나면서 점차 미국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베트남 수출의 27.35%는 미국으로 향했다.
앞서 트럼프는 미국 제조업 부흥을 위해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추가한다고 예고했다. 그는 특히 중국산에는 60% 관세를 추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싱가포르 OCBC은행은 트럼프가 관세를 올리면 베트남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p 줄어든다고 추산했다. 지난해 베트남의 GDP 성장률은 5%였다.
FT는 베트남 정부가 트럼프를 달래기 위해 중국산 수입품에 반덤핑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베트남은 지난해 수입품의 33.9%를 중국에서 들여올 만큼 중국 경제를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의 베트남 FDI 규모는 지난해 44억7000만달러(약 6조2164억원)로 전년 대비 약 80% 증가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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