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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시아의 핵무기 위협에도 "하품하듯" 반응, 핵 태세 그대로

美 국무부, 러시아의 핵 교리 개정에 "놀랍지 않다"
"핵 태세 조정할 이유 없어, 러시아는 무책임한 표현 그만 둬야"
美 의회도 따로 반응 없어. NYT "美가 하품하듯 대응"
이미 러시아의 핵 위협에 익숙해져...실제 핵무기 이동 없어
푸틴, 서방 겁주려 하지만 푸틴 역시 긴장 관리 계속해야

美, 러시아의 핵무기 위협에도 "하품하듯" 반응, 핵 태세 그대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의회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 정부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위협에도 불구하고 비례적인 대응 조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서방을 겁주기 위해 위협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말 뿐이라고 진단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의 매슈 밀러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교리 수정에 대해 언급했다. 밀러는 러시아 정부가 “새로 수정된 핵 교리 발표와 관련해 내놓은 발언에 불행히도 놀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밀러는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전쟁이 시작된 이후 무책임한 핵 관련 표현과 행동을 통해 우크라와 전 세계 다른 국가들을 강압하고 위협하려 해왔다"며 "러시아의 무책임하고 호전적인 표현은 러시아의 안보를 개선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밀러는 "우리는 자체 핵 태세를 조정할 어떤 이유도 찾지 못했다"며 "러시아에 호전적이고 무책임한 표현을 중단할 것을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날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22년 이후 2년 넘게 우크라를 침공중인 러시아는 우크라에 무기를 대는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을 비난하며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종종 언급했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월 회의에서 “핵 억제 분야 정책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17일 미국 언론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에게 미국산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도록 허용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19일 발표에서 우크라군이 러시아 서부 국경지대에 육군전술지대지미사일(ATACMS·에이태큼스) 6발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美, 러시아의 핵무기 위협에도 "하품하듯" 반응, 핵 태세 그대로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과 연계된 텔레그램 채널에 올라온 영상 속에서 미국산 육군전술지대지미사일(ATACMS·에이태큼스)이 발사되고 있다.AP뉴시스


같은날 푸틴은 2020년 6월 이후 약 4년 만에 처음으로 핵교리 개정안에 서명했다. 새 교리에는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非)핵보유국에 의한 어떠한 공격도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동시에 러시아와 동맹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중대한 위협'을 주는 재래식 무기 공격에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항목이 추가되었다. 이는 우크라에 핵무기가 없지만 지난 8월부터 러시아 쿠르스크주를 공격했기 때문에 우크라를 상대로 핵무기 사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추정된다.

NYT는 미국 정부가 러시아의 위협에 “하품하듯” 대응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의회 역시 러시아의 핵 교리 개정에 따로 입장을 내지 않았다. 19일 우크라의 안드리 시비하 외무장관은 19일 미국 의회에서 열린 유럽안보협력회의(CSCE) 행사에 참석해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과 관련된 공개적 표현은 협박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력 위협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NYT는 미국과 세계 각국이 우크라 전쟁을 통해 러시아의 핵 위협에 익숙해졌다고 지적했다.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국가 안보 및 외교 정책을 강의하는 매튜 번 교수는 러시아의 조치가 서방을 겁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가 단기적으로 핵을 실제로 사용할 위험은 증가하지 않았다. 장기적 핵전쟁 가능성은 조금 늘었다”고 진단했다. 번은 미국의 본토 타격 허용으로 러시아 내부의 반(反)서방 감정이 커진다며, 장기적으로 서방에 대한 도발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내다봤다.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비핀 나랑 핵안보·정치학 교수는 “핵무기 사용 단계는 말이 아니라 억제 균형과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 교리 개정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러시아의 억제 균형을 전혀 바꾸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나랑은 바이든이 과거 푸틴의 전술 핵무기 배치에 심각한 대응을 여러번 예고했다면서 “푸틴은 여전히 미국과 국제 사회의 대응, 긴장 관리를 계속 신경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美, 러시아의 핵무기 위협에도 "하품하듯" 반응, 핵 태세 그대로
러시아 국방부가 지난 9월 17일 공개한 영상속에서 러시아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24 야르스'가 러시아 서부 이바노보주의 훈련장에서 이동하고 있다.AP뉴시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