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추경 검토에 전문가 제언
내수 부진에 수출 성장세 꺾이자
대통령실 ‘감세→추경’ 선회 시사
"내수부진·성장둔화 타개에 초점"
"추경 골든타임 놓쳤다" 비판도
내년 성장률 '1%대 추락' 가능성이 제기되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검토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예산당국인 기획재정부와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곧바로 "내년 추경 편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그럼에도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던 윤석열 정부의 정책기조 변화 신호로 해석된다. 내수부양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추경 논의는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경제전문가들은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나온 추경 입장선회 움직임과 관련, "(만약 추경을 한다면) 내수부진과 성장둔화 타개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경기부진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커지는 대내외 불확실성을 감안할 땐 "추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만 현재 재정적자 규모가 커 지원 목적이 확실치 않은 추경은 재정 전반에 부담을 키울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1% 성장' 우려…추경 카드 대두
윤 정부에서 '추경'은 사실상 금기어였다. 감세를 통한 기업활력 제고, 민간주도 성장을 핵심 경제정책으로 추진하면서 정부 재정 역할 강화를 의미하는 '추경'은 꺼낼 수 없는 정책이었다. 하지만 지난 22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추경을 포함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추경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줄곧 추경에 대해 보였던 부정적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해서다.
윤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22년 5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한 59조원대의 추경을 편성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후 정부는 야권의 민생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 편성 요구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정부의 입장변화 조짐은 내수부진이 지속되고 수출마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지난 3·4분기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1%에 그쳤다. 정부, 한국은행 전망치 5분의 1에 불과한 '쇼크' 수준이었다. 수출은 0.4% 역성장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은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을 시사했다.
이달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성장률을 2.2%로 0.3%p 내렸고, 내년 성장률은 2.0%로 각각 0.1%p, 0.2%p 하향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대변되는 대외 환경 변화도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에는 트럼프 당선에 따른 관세·무역정책 변화 전망으로 우리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수출이 불안해지면 내년 성장률이 1%대까지 떨어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경기급랭 막으려면 SOC 투입 고려"
추경 시기가 미정이고 정부의 구체적 방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부 내년 예산안상 총지출 증가율은 3.2%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경기 회복을 위한 재정적 뒷받침이 부족하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를 위해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하는데 대내외 여건으로 빠르게 내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내수침체가 심해지면 재정정책 일환으로 추경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률은 떨어지고 물가는 안정세여서 경기부양에 나설 환경은 된다"며 "한은이 (환율, 가계부채 등으로) 금리를 느리게 내릴 상황에 몰리고 있어 추경 필요성은 더 높아진다"고 밝혔다.
만약 추경을 편성한다면 목표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추경이라는 게 기존 예산에 특정 부분을 얹어 주는 것"이라며 "내년 예산에서 줄어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플러스로 만들어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SOC는 고용유발효과가 커 경기방어에도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재정투입, 다시 말해 추경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올 상반기 말께 올해 세수결손이 확실시됐지만 건전재정만 강조하다 정책 선택을 못 했다는 지적이다. 5월까지 누적세수는 세입계획의 41%에 불과했고 6월 말 이를 확인한 정부는 '세수결손 조기경보'를 발령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5월쯤 세입이 안 좋은 것은 다 알았는데도, 사실상 정부가 희망고문을 했다"며 "추경은 5월부터 필요했으며, 늦어도 9월 세입 재추계를 할 때 해야 했다"고 밝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까지 논의로 봐서는) 어디에 추경을 쓸 것인지 명확하지 않고 재정적자가 너무 심한 상태여서 추경이 필요하진 않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추경 편성 시 재원 마련을 위한 국채 발행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세수결손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이미 내년 국고채 발행 규모를 역대 최대인 201조3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추경을 위한 추가 국채 발행은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imne@fnnews.com 홍예지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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