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글 사회부
"법 없이 사는 사람에게 법은 너무 멀리 있네요."
'티몬·위메프(티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의 정점으로 지목된 구영배 큐텐 대표의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되자 피해자들은 무력감 섞인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지난 주말 피해자들은 구 대표에 대한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철야농성까지 벌이는 간절함을 보였지만, 법원은 여전히 구 대표와 운영진의 행위가 사기·횡령에 해당하는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처음 구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던 때 법원은 구 대표의 행위가 사기가 아닌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의 성격상 진행된 사업행위로 판단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두번째 기각 당시에는 구 대표의 경력과 사회적 유대관계 등을 고려했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한국에서는 사업을 두고 "교도소 담벼락을 걷는 업종"이라고들 말하지만, 구 대표에 대한 법원 결정으로 봤을 때 사회적 위치 등에 따라 교도소의 담벼락 두께는 다르게 적용되는 것처럼 보인다. 일반적으로 몇 천만원을 갚지 못한 사업가들이 사기꾼으로 탈바꿈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법원이 다른 이커머스 업계와 구 대표의 행위를 비교해 봤을 때 업계 특성상 사업행위로 볼 수 있을 만한 여지는 있다. 다른 이커머스 기업들도 구 대표와 유사한 형태로 사업을 이어왔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이커머스 업계의 사업구조가 국내 시장을 건전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커머스 업계의 건전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업계의 보편적인 구조만을 기준으로 삼아 사업행위로 판단하는 것은 부패한 공통성에 면죄부를 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성공하면 쿠팡, 실패하면 티메프"라는 말이 상식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검찰이 구속영장에 적시한 '수익이 아닌 매출만을 목적으로 역마진을 지시하고, 이 같은 프로모션에 이끌려 들어온 셀러들의 정산대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방식은 일반 시민 입장에서 정상적인 사업이라고 보기 어렵다.
검찰은 구 대표에 대한 수사에 집중하는 한편 피해자 구제에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피해자들은 현재 피해 회복은 고사하고 구 대표와 류광진 티몬·류화현 위메프 대표에 대한 처벌이라도 이뤄지게 해달라고 하고 있지만, 정부 기관이 끝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피해 회복'이다.
검찰 관계자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다수의 피해자가 양산된 부분에 대해 법원이 눈감고 있는 것 아닌지 안타깝다"는 말처럼, 정부 기관으로서 피해자들이 피해 회복을 받을 수 있게끔 각 기관들이 협력해야 한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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