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통상 관계자, 中과 "전기차 합의 가까워졌다"
고율 관세 취소하는 대신 전기차에 가격 하한 설정
트럼프 2기 앞두고 무역전쟁 전선 조정
19일(현지시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유럽연합(EU)으로부터 최대 45%에 달하는 전기차 관세를 얻어맞은 중국이 조만간 EU와 타협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내년에 미국과 관세전쟁 2차전을 앞두고 유럽에서 관세 다툼을 병행하는 대신, 중국산 전기차에 하한가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합의할 전망이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24일 보도에서 중국과 EU가 전기차 관세 취소와 관련한 합의에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EU 입법부인 유럽의회에서 국제통상위원장을 맡은 베르튼 랑게 의원은 22일 독일 보도 전문채널인 엔티브이(n-tv)와 인터뷰에서 가격 하한제를 언급했다. 그는 “중국과 합의가 가까워졌다. 중국은 EU에서 전기차를 판매할 때 최저가격을 설정한다고 약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조치는 불공정한 보조금으로 인한 경쟁 왜곡을 해소할 것이며 이러한 결과는 원래 관세가 도입된 취지에 맞다”고 밝혔다.
랑게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에 2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것에 대해 "경쟁 정책을 조정해야 하며 적어도 중국의 전기차 관세 분야에서는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에 반대한다며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은 중국에 거대한 시장을 갖고 있으며,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세금을 부과한다면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9월에 중국이 전기차 제조사에 불공정한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집행위는 중국 제조사들이 보조금 덕분에 낮은 가격으로 유럽 시장에 침투했다고 보고 조사를 시작했으며 지난달 29일 발표에서 중국산 전기차에 5년 동안 상계관세를 부과한다고 확정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은 일반 관세율 10%에 더해 회사마다 7.8∼35.3%p의 추가 관세를 부담하여 최종적으로 17.8∼45.3%의 관세를 물게 됐다.
지난해 9월 5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 모토쇼에서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펑의 제품이 전시되어 있다.신화연합뉴스
중국은 EU에 보복관세를 적용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EU를 제소하는 등 강경 대응과 동시에 회유를 시작했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브라질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9일에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연속으로 만나 상호 이익 및 협상을 강조했다.
중국은 EU 집행위의 불공정 보조금 조사 당시 관세를 물지 않는 대신에 중국산 전기차가 너무 싸게 팔리지 않도록 하한선을 설정하겠다고 제안했다. 양측은 이러한 ‘가격 약정’ 문제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으며 EU는 우선 관세 부과를 강행했다.
중국 상무부 산하 연구소인 WTO 연구회의 훠젠궈 부회장은 환구시보를 통해 랑게의 발언을 지적했다. 그는 "유럽 측에서 이 같은 반응을 내놓고 있는 것은 중국 측과 조속한 합의를 원하고 있다는 것으로 EU 내부에서는 관세 부과와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훠젠궈는 "트럼프 집권으로 EU와 미국과의 무역 분쟁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같은 시점에서 중국과 갈등을 벌이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며 무역 긴장을 조속히 완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1기 정부에서 중국 및 EU와 동시다발적인 무역전쟁을 벌였던 트럼프는 올해 대선 유세 중에도 관세전쟁 2차전을 예고했다. 그는 자신이 재집권하면 EU를 포함해 세계 모든 나라의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붙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산 수입품에는 60%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한다고 예고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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