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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만 부진? 해외 카드결제액 일년새 24% 늘었다

10월까지 해외사용 16조6900억
엔저에 내국인 日여행 대폭 늘어
국내 사용은 5.2% 증가에 그쳐

내수만 부진? 해외 카드결제액 일년새 24% 늘었다
내수 부진에도 해외 소비는 급증하고 있다. 올해 국내 개인의 카드 이용금액은 전년동기 대비 5%가량 늘어난 반면, 해외 체크카드 사용은 70% 이상 확대됐다.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국내 소비에 소극적인 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해외 관련 소비는 급증하는 모양새다.

25일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국내 9개 카드사의 올해 10월까지 해외 카드(개인·일시불+직불·체크) 사용금액은 16조6900억원으로 전년동기(13조4700억원) 대비 23.9% 증가했다. 국내 신용카드 사용금액은 같은 기간 469조4500억원으로 5.2% 증가에 그쳤다.

해외 카드 사용이 크게 늘어난 것은 해외여행 증가 영향으로 해석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9월 내국인의 해외여행은 2119만669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9% 늘었다. 엔저 현상으로 내국인의 일본여행이 크게 확대됐다.

40대 직장인 최모씨는 "엔저로 일본 여행비용이 저렴해지고, 물건값도 싸 쇼핑을 위해 일본을 간다는 사람도 많다"며 "국내에서 쓸 돈을 아껴서 해외에 갔을 때 사거나 해외직구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카드사가 앞다퉈 트래블카드를 출시한 점도 해외소비 증가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트래블카드는 여행 관련 체크카드로, 환전이 편리하고 현지 거래 및 인출이 용이하다. 실제 해외에서 사용된 직불·체크카드의 올해 1~10월 이용금액은 4조7200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74.8%나 늘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내수 부진이나 가파르게 오른 물가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엔저 현상은 여전하고 트래블카드의 인기도 높다. 변수는 원·달러 환율이다.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 해외 소비를 늘린 환율 요인이 사라질 수밖에 없어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블랙 프라이데이나 연말 세일 등) 특수는 많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지나치게 많이 오르면서 원화 가치 하락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카드 사용 증가율이 다소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반대로 환율이 상승세에도 해외소비는 줄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해외 여행객과 직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며 "올해 고환율이 지속됐음에도 해외 카드 사용금액이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환율이 1500~1600원대로 올라가기 전에는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