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지주사 규정 해석지침 개정
해외 창업기업 '해외기업'서 제외
스타트업 글로벌 진출 활발해질듯
벤처투자시장에 유동성 유입 기대
대기업 스타트업 기술탈취도 해소
한국인이 해외에서 설립한 창업기업들이 더 많은 투자기회를 얻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일반지주회사 기업형벤처캐피털(CVC)의 해외투자 규제를 대폭 완화해 국외 창업기업을 해외투자 한도 규제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25일 공정위에 따르면 일반지주회사의 CVC가 해외 창업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지주회사 관련 규정에 관한 해석지침' 및 '지주회사의 설립·전환의 신고 및 지주회사 등의 사업내용 등의 보고에 관한 요령'이 시행된다.
이번 개정안은 행정 예고(10월 18일~11월 8일)와 공정위 전원회의(11월 20일)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됐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가 보유한 CVC가 한국인이 해외에서 창업한 기업(국외 창업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지난 2023년 말 기준으로 포스코홀딩스와 GS홀딩스, 한화그룹, 롯데그룹, CJ그룹, SK그룹, LG그룹 등 13개 그룹의 지주회사가 CVC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2023년에만 101개 스타트업에 총 1764억원을 투자, 벤처투자 활성화에 기여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라 일반지주회사의 CVC는 금융회사 보유가 금지된 금산분리 원칙하에서 2021년 12월부터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그러나 CVC의 해외투자는 총자산의 20% 이내로 제한되고, 종전의 해석지침은 국외 창업기업도 '외국법률에 따라 설립된 회사'로 간주해 해외투자 제한 규제대상이었다.
이번 개정으로 국외 창업기업은 '중소기업창업 지원법'상 요건을 충족할 경우 해외 기업 규제대상에서 제외된다. 국외 창업기업은 대한민국 국민이 실질적으로 지배력을 가지며 사업 개시 7년 이내인 기업으로, 국내 법인과의 사업적 연관성 또는 국내에 상시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장을 운영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최근 해외에서 창업한 한국계 기업들이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며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교두보로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국내 지사 설립과 연구센터 운영 등을 통해 국내 경제에도 기여하는 등 순기능이 커지고 있다. 해석지침 개정으로 일반 지주회사 CVC는 국외 창업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됐다. 공정위에 제출하는 투자내역에 국외 창업기업 여부를 명시토록 해 관리와 현황 파악도 용이해졌다.
벤처스타트업 업계는 정부의 CVC 규제완화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모기업과의 전략적 시너지 창출이 수월해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고, 대기업 지주회사에 유보된 풍부한 유동성이 혁신적 벤처기업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기업의 스타트업 기술탈취 문제 등도 해소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해외기업 투자에 대해서도 한국인의 해외진출 등을 위한 해외법인 설립이 최근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벤처투자시장은 정책금융 의존도가 높고 민간자본 등 시중 유동성이 벤처투자시장에 유입되는 데 한계가 있다"며 "CVC가 모기업의 전략적 성과 못지않게 재무적 이익을 위해 스타트업 성장에 많은 관심을 쏟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른 관계자는 "벤처시장 위축으로 최근 벤처펀드 결성이 어려워지자 CVC들도 정책 블라인드 펀드를 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투자 혹한기에 CVC가 벤처투자의 주요 투자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현재 국내 CVC 생태계는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 CVC가 지난해 집행한 벤처투자액은 총 1조9000억원으로 전체의 19%였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각각 49.5%, 45.0%로 전체 벤처투자 규모의 절반에 육박한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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