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우회 수출 차단에 중국 언론 "트럼프의 망언"이라며 격하게 반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3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정권 이양을 위한 논의에 앞서 미소를 보이고 있다. AP 뉴시스
【베이징=이석우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즉시, 중국은 물론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상품에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식 발표하자 중국 언론들이 "트럼프가 또다시 관세 몽둥이를 휘두른다"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중국의 우회 수출, '원산지 바꾸기' 전략에 대한 트럼프의 전면적 압박에 격하게 반응한 셈이다.
26일 중국 관영 중앙TV(CCTV)와 재련사 등은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첫날인 내년 1월 20일 서명하겠다고 발표한 관세 부과 방침을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CCTV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공약이 이행되면 매년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최대 780억달러(107조6000억원)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 전미소매협회(NFR) 보고서 내용을 소개했다.
NFR은 미 대선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이런 추정치를 내놓았다. 의류, 장난감, 가구, 가전, 신발, 여행용품 등 6개 품목을 대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CCTV는 미국 소비자들이 필수 지출을 줄이는 등 지갑을 닫아 소매 시장이 움츠러들고 있는 가운데 저가 수입 제품에 대한 관세가 높아지면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져 미국 내 저소득층 경제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의 과거 보도를 인용하기도 했다.
재련사는 "관세 몽둥이" 비유에 이어 "트럼프의 망언"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해 비판했다.
현실화되는 고관세 장벽에 더해, 멕시코를 통한 우회 수출길까지 제동이 걸리면서 사면초가에 빠진 듯한 중국 대외교역 환경에 현지 매체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고율 관세를 피해, 중간재나 반제품을 멕시코 등지에서 완성해 다시 미국으로 수출하는 우회 수출 방식을 선택했다. 철강, 알루미늄, 전기차, 자동차 부품, 태양광 장비, 스마트폰 등 다양한 품목에서 이러한 '원산지 바꾸기'의 조치가 이뤄져 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세계 최대 철강 수출국인 중국의 우회 경로를 통한 미국 수출이 사실상 막히면서, 중국의 과잉생산 제품들이 다른 국가들로 떠넘겨져 반발이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미국이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뒤 나타난 글로벌 시장 상황을 보면 내년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나타날 무역 긴장을 미리 엿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트럼프 당선인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 내 펜타닐 불법 유입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는 한 중국산 제품에는 기존 추가 관세에 더해 10%의 추가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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