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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영 칼럼] 휘청대는 대통령중심제, 대안 뭔가

여야 모두 리더십 큰 위기
민생은 뒷전, 대권 다툼만
대통령중심제 회의론 커

[구본영 칼럼] 휘청대는 대통령중심제, 대안 뭔가
구본영 논설고문
윤석열 정부가 지난 10일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하지만 정국은 지난 대선의 연장전 분위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이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자 윤석열 대통령 퇴진 공세를 일상화하면서다. 그는 얼마 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 재판에서 1년 징역에 2년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다. 이대로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차기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25일 '위증교사' 혐의 재판 1심에선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경기지사 때 경기도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윤 대통령도 위기인 건 마찬가지다. 지지율은 한때 10%대로 떨어졌다. 디올 백 스캔들에다 최근 명태균 공천개입 시비에 연루되기까지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면서다. 그는 지난 7일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에서 "축구선수가 전광판 보고 뛰면 되나"라며 이에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 연장선에서 "돌 맞고 가겠다"며 의료·연금 등 4대 개혁으로 난국을 돌파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사정은 녹록지 않다. 거야가 입법권을 틀어쥔 상황이다. 여론의 지지 없이 기득권층의 양보가 필수인 개혁 추진동력을 어디서 얻겠나.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구인난을 겪고 있다는 보도를 보라. 관료조직의 복지부동과 '레임덕' 징후가 어른댄다. 20%대에서 등락하는 지지율이라면 개혁은커녕 내각제라면 의회 해산 후 재신임을 물어야 할 판이다. 올 들어 일본 자민당 정권이 그랬듯이.

윤 대통령은 회견에서 "침소봉대는 기본이고 없는 것까지 만들어 제 처를 악마화시킨 것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부인을 변호해 '상남자 이미지'를 얻는 데 연연할 계제인가. 야권의 과도한 정치공세도 문제지만, 김 여사 스스로 부적절하게 처신한 측면이 더 커 보인다. 친북 목사의 몰카나 정치 브로커 명태균의 녹취록에서 보듯이. 그렇다면 윤 대통령에겐 "카이사르의 아내는 부정하다는 의심조차 받아선 안 된다"는 결기가 절실하다. 특별감찰관 임명은 뒷북치는 모양새라, 아예 김 여사의 대외활동을 전면 중단시키는 게 필요한 최소한의 자구책이다.

야권도 무더기 특검 공세를 통한 '탄핵 빌드업'이 성공하리라 착각해선 곤란하다. 지난 역대급 '비호감 대선'의 표차는 박빙이었다. 윤석열을 찍은 유권자 중 다수는 그가 좋아서라기보다 문재인 정권의 위선에 질렸거나, 이재명이 되면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특유의 '막사니즘' 스타일로 나라가 결딴난다고 믿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만큼 이들이 윤 정부에 실망했다 한들 탄핵 공세에 동참할 개연성은 낮다. 외려 윤 정부가 남은 임기 중 여야의 무한정쟁 속에 '식물정권'으로 추락하는 시나리오가 현실성이 커 보인다. 윤 대통령이 사즉생의 자세로 심기일전하지 않는 한….

탄핵 역풍을 우려해 야권 일각에선 임기 단축과 대통령 중임제 개헌 카드를 흔들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여론엔 이 대표의 최종심 재판 전 대선을 치르려는 꼼수로 비칠 게 뻔하다. 그래서 성사 가능성도 희박하지만, 설령 그렇게 된들 대통령제 아래 중남미 국가들처럼 정치적 내전이 상시화된다면 국민에게는 더 불행한 사태다. 민생이 철저히 뒷전으로 밀려나기 때문이다.

우리뿐 아니라 원조 격인 미국에서도 대통령제는 온갖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게 저간의 현실이다. 물론 그 안티테제 격인 내각제가 정쟁이 극심한 정치풍토나 남북분단 상황에서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내각제였던 제2 공화국 당시 윤보선 대통령과 장면 총리의 반목, 갈등으로 정국불안을 겪은 전례도 있다. 그러나 같은 분단국이었던 서독과 독일에서 기민당의 콜 총리와 그 뒤를 이은 메르켈 총리는 무려 4선을 지냈다. 세계적으로 대통령제가 휘청대고 있는 지금이 내각제 이외에 분권형 대통령제 등 대안을 모색해 나갈 시점인 건 분명해 보인다.

kby777@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