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파운드리 수장 교체
경쟁력 복원해 정면 돌파를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에 삼성 깃발과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사진=뉴스1
삼성전자가 양대 사업부문인 메모리와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부장을 전격 교체하는 2025년 사장단 인사를 27일 단행했다. 메모리사업부를 대표 직할 체제로 전환하고,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직속의 경영전략담당을 신설했다. 반도체와 가전·스마트폰 사업의 '투톱 체제'도 복원했다. 전영현 DS부문장과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의 2인 대표 책임경영이다. 만성적자인 파운드리 사업은 승진 발탁된 한진만 DS부문 미주총괄 부사장이 맡는다. 미국 반도체 보조금 지원 중단 등 '트럼프 리스크' 대응 차원이다. 인사 후속으로 대대적 조직개편에 나설 방침이다.
삼성의 위기감은 인사에서 여실히 확인된다. 쇄신과 경쟁력 복원에 방점을 찍긴 했으나, 역량이 입증된 경영진에 권한을 주어 조직안정을 함께 꾀했다는 점에서다. 빠른 시간에 기술과 조직역량을 결집, 위기를 헤쳐나가려는 의지도 보였다. 문책과 쇄신 차원에서 반도체사업 조직장 등 임원 400여명 중 100명 정도를 교체한 사실에서 알 수 있다.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의중을 반영한 인사일 것이다. 삼성 위기론에도 침묵하던 이 회장은 지난 25일 2심 최후진술에서 "현실이 그 어느 때보다도 녹록지 않지만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고 했다.
매년 하는 연말 인사이지만 올해 삼성은 내우외환 형국이다. 안팎의 불확실성이 너무 큰데, 반도체 실적이 나빠진 것이 첫째다. 9조원대 영업이익으로 어닝쇼크가 난 지난 3·4분기엔 "근원적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 걱정을 끼쳤다"며 이례적인 사과까지 했으니 말이다. 주가는 넉달 새 40% 이상 추락했고, 자사주 10조원 매입 약속에도 '5만전자'의 늪에 갇혀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뒤처진 것이 둘째다. 폭발적 성장랠리에 올라타지 못한 채 고전 중인 게 위기의 진원이 됐다. 밖으론 중국의 범용메모리 물량공세와 가격 하락 추세가 심상치 않다. 고난도 HBM까지 빠르게 추격해오는 중국의 기술력은 위협적이다. 파운드리는 대만 TSMC와 시장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져 특단의 전략이 나와야 할 때다. 반도체 보조금을 폐지하고 삼성의 생산거점인 멕시코에 고율관세를 매기려는 '트럼프 리스크'도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를 일이다.
반도체와 같은 첨단산업은 승자독식의 시장이다. 한 번의 오판이 생존을 가를 정도로 발전과 추격 속도 또한 빠르다. 멈칫하다간 추월당하기 일쑤고, 추격하려면 갑절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드는 것이다. 삼성은 정체와 도약의 경계선에 있다. HBM 시장에 성공적인 진입은 물론 대미투자의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게 급선무다.
'삼성이 곧 품질'이라는 근원 경쟁력을 되찾고, 인재를 중시하는 유연하고 역동적인 조직쇄신이 뒤따라야 한다. 이 회장도 더는 사법 리스크에 발목을 잡혀선 안 될 것이다. 앞으로 10년 내 국내외에서 수백조원의 투자를 성공적으로 집행하려면 이 회장의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된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