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 갈등 때 G7 참석한 외교장관
귀국하며 입 떼 "책임 통감한다"면서도
"협상 문제 아닌 日 약속 이행 않은 것"
日 '표면적' 합의 충족하며 추도식 변질
외교수장 책임회피 부적절 비판 반면
한일 레버리지 위한 日 잘못 부각 분석도
이탈리아 피우지에서 개최된 제2차 주요 7개국 협의체(G7)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했던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로 귀국, 보도진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7일 사도광산 추도식 파행에 따른 한국과 일본 간의 갈등에 대해 입을 뗐다. 요컨대 일본 정부가 일방적으로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을 뿐, 협상은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이날 이탈리아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외교장관회의 참석 후 귀국한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도광산 갈등에 대해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조 장관은 “협상의 문제가 아니고 일본이 한국과 국제사회 앞에서 한 약속을 제대로 이행했는지에 대한 판단의 문제”라며 “(약속) 이행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에 유감스럽다. 앞으로 유네스코에서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해나가고 성실한 이행을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할 당시 한일 협상 자체는 문제가 없었지만 일 측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며 탓을 돌린 것이다.
한일은 일제강점기 사도광산 조선인 강제징용 피해자 추모를 위한 추도식 개최와 차관급 이상 고위직 참석, 강제동원에 대한 사죄가 담긴 추도사 등을 합의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추도식 대표 참석자로 차관급이지만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 전력이 있는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을 보냈고, 추도사가 아닌 ‘내빈 인사’ 형식을 빌려 강제징용 사실 인정도 사죄도 담지 않았다.
우리 정부의 요구를 표면적으로만 충족하면서 추도식 목적을 흐린 것이다. 이 때문에 외교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은 24일 추도식에 불참하고 25일에 사도광산 조선인 기숙사터에서 자체 추도식을 엄수했다. 거기에 외교부 차원에서 두 차례 비판 입장을 냈고, 25일에는 주한일본대사관을 접촉해 유감을 표명했으며, 26일에는 강인선 외교부 2차관이 직접 나서 일본의 태도를 지적했다.
조 장관은 전날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과 G7 외교장관회의 계기 약식회담을 가진 것을 언급하며 추도식 불참 결정 이유를 설명하고 유감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특히 일 측에서 정부와 언론이 나서 이쿠이나 정무관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전력을 부인하며 논점을 흐리는 데 대해 “그게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라고 이와야 외무상에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의 지적처럼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당시 우리나라와 유네스코에 약속한 바를 일방적으로 어긴 건 정황상 사실로 보인다. 그럼에도 외교수장이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책임을 덜어내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조 장관의 발언은 일본에 대한 강경대응을 부각하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사도광산 갈등을 지렛대 삼아 한일관계 주도권을 쥐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에서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이날 본지에 "일본에 오냐오냐한다고 다 잘되는 게 아니다. 사도광산 추도식 문제처럼 납득할 수 없는 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국익은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개선하는 것으로,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면서 협력을 견지해야 한다"면서 과거사 갈등을 한일관계의 레버리지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건 일본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강하게 대응해야 상대의 로키(low-key) 태도와 호응을 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런 전략이 가능한 이유는 현재 국제정세에서 한일관계 발전의 전략적 효용이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일부 갈등을 빚었다는 이유로 쉽사리 협력을 멈출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