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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회사 갈 수가 없어요" 기록적 폭설에 버스 끊기고 지하철 못 타 '출근 포기'

서울 관악구 41.2㎝, 경기 용인(처인구 백암면) 47.5㎝, 경기 수원 43.0㎝
수도권~서울 출근 직장인 상당수 지각을 면치 못해

[르포] "회사 갈 수가 없어요" 기록적 폭설에 버스 끊기고 지하철 못 타 '출근 포기'
28일 오전 수인분당선 오리역에서 지하철을 이용하려는 시민들이 개찰구 바깥까지 길게 줄을 서 있다. 독자제공

[파이낸셜뉴스] "지하철만 40분 기다리다가 결국 아침에 출근하기를 포기했습니다."
경기 용인에 사는 직장인 이모씨(29)는 결국 오전 반차를 내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이씨 회사는 평소와 달리 지각자와 연차를 내는 인원이 속출했다. 그는 "살면서 지하철을 타기 위해 개찰구 바깥까지 줄을 선 건 처음 봤다"며 "오늘 아침 출근길은 공포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전날에 이어 간밤에 또다시 폭설이 내리면서 수도권 출근길에 큰 혼잡이 빚어졌다. 버스 운행이 지연되거나 결행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하철까지 연착되면서 회사에 지각하거나 출근을 포기하는 시민들도 속출했다.

[르포] "회사 갈 수가 없어요" 기록적 폭설에 버스 끊기고 지하철 못 타 '출근 포기'
28일 오전 경기 수원시 한 도로에 눈이 잔뜩 쌓여 있다. 독자 제공

기상청에 따르면 28일 아침 수도권에 최대 40㎝가 넘는 눈이 쌓이면서 1907년 근대적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11월 기준 최대 적설을 기록했다. 출근 시간대인 오전 8시 기준 누적 적설량은 서울 관악구 41.2㎝, 경기 용인(처인구 백암면) 47.5㎝, 경기 수원 43.0㎝, 군포(금정동) 42.4㎝ 등 서울·경기 남부권을 중심으로 곳곳에 성인 무릎 높이에 달하는 눈이 쌓였다.

기록적인 폭설이 수도권을 강타하면서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출근길 대란이 벌어졌다.

경기 화성에 거주하는 서모씨(30)는 평소 30분이면 도착하던 출근길이 이날은 2시간 30분이나 걸렸다. 서씨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아침 6시 50분에 집에서 나섰는데, 회사에 도착한 건 9시 20분이었다"며 "버스가 오지도 않고, 와도 사람이 너무 많아 탈 수도 없었다. 나중엔 그냥 헛웃음만 나왔다"고 전했다.

경기 안산에 거주하는 직장인 장모씨(32)도 비슷한 불편을 겪었다. 그는 "폭설로 회사 셔틀버스가 운행을 중단해 지하철을 이용했지만, 평소보다 1시간이나 더 걸렸다"며 "지하철 안은 인파로 아수라장이었고, 밀지 말라고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실제 이날 이른 오전부터 선로 및 차량 기지에 대기하고 있던 전동열차 등에 눈이 쌓여 제설 작업으로 수인분당선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 또 지하철 1호선 군포~금정역 상행선로 위로 나무가 쓰러지면서 일부 열차 운행이 지연되기도 했다.

[르포] "회사 갈 수가 없어요" 기록적 폭설에 버스 끊기고 지하철 못 타 '출근 포기'
28일 오전 경기 안양시 한 도로에서 시민들이 눈에 빠진 차량을 밀고 있다. 독자 제공

이에 따라 이날 수도권에서 서울로 출근하던 직장인 상당수가 지각을 면치 못했다. 서울시 수도권 생활이동 데이터에 따르면 평소 수도권에서 서울까지 소요되는 평균 시간은 71분이지만, 이날 수도권에서 서울로 출근한 시민 대다수는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도에서 서울 서초구로 출근하는 직장인 이모씨(34)는 "오늘 30분이나 일찍 나왔지만, 아침 7시부터 이미 지각이 예고됐다"며 "평소 1시간 30분 걸리는 거리를 오늘은 2시간 30분 걸려서 왔다"고 토로했다. 종로구로 출근하는 정모씨(29)도 "이날 30분 일찍 출발했는데도 지하철에 사람이 몰려 줄이 엉키고 혼란이 빚어져 결국 지각했다"고 했다.

폭설로 수도권 곳곳에서 버스 운행이 지연되며 시민들이 함께 버스를 기다리거나, 눈에 빠진 차를 밀어주는 모습 등 진풍경도 연출됐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출근길 스키를 타고 도로를 이동하는 시민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코레일은 출근 시간 혼잡도 완화와 시민 편의를 위해 수도권 전철을 추가 운행했으며,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출근시간대 집중배차 시간을 1시간 연장했다.
또한 기록적인 폭설로 인해 경기지역에서는 1100곳이 넘는 학교가 휴교하기도 했다.

[르포] "회사 갈 수가 없어요" 기록적 폭설에 버스 끊기고 지하철 못 타 '출근 포기'
28일 오전 수도권에 내린 폭설로 출근길 교통이 마비돼 많은 시민이 곤란을 겪은 가운데 스키를 타고 출근하는 시민이 목격됐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