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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전 구매하라…美 블랙프라이데이 '관세 마케팅' 등장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지금 구매하세요. 관세는 농담이 아닙니다."

미국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를 맞이한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집권으로 관세가 오르기 전에 물건을 구매하라는 '관세 마케팅'이 등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보도에서 소매업체들이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공약을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뷰티 브랜드 졸리스킨(Jolie Skin) 은 이메일을 통해 관세가 인상되기 전, 현재 가격에 주목하고 구매하라는 내용의 판촉 활동을 폈다.

졸리스킨은 피부와 모발에 도움을 주는 정수 기능 샤워헤드를 판매하는 업체다. 이 기업은 이메일 마케팅에서 관세가 적용되면 대표적인 필터 샤워 헤드의 가격이 205달러로 25% 인상될 수 있다면서 구매를 독려했다.

아웃도어 및 스포츠용품 소매업체인 타프텐트(Tarptent)는 11월 중순부터 관세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이 기업은 텐트 품목 일부를 최대 35% 할인하는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을 홍보하는 최근 페이스북 게시물에 "이는 내년 이맘때까지 제공할 수 있는 최고 할인율이며,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가장 좋은 가격이 될 수 있다"라고 적었다.

가구 업체인 홈퍼니싱(Home Furnishings)의 경우 이달 초 페이스북을 통해 "관세가 부과되면 지금 보시는 것과 동일한 품목의 가격이 두 배로 인상될 것"이라면서 판촉 활동을 펴고 있다.

시드디 아놀드 홈퍼니싱 오너는 "상품을 수출하는 국가가 관세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는 오해가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가격 인상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자신이 내년 1월 20일 재집권하면 모든 중국산 제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국가산 제품에는 10%에서 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그는 지난 25일에는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 10%를 추가로 부과할 계획을 발표하면서 두 국가의 펜타닐 남용을 이유로 들었다.

WSJ은 트럼프의 취임으로 이러한 관세가 실행에 옮겨지면 기업의 공급망에 혼란을 일으키고 이윤을 압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어떤 관세가 부과될지, 그리고 가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불분명해,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소비자 지출이 약화 조짐을 보이는 상황이어서 기업들을 당황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최근 베스트바이(Best Buy)는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 약화를 경고했고, 콜스(Kohl's)와 타깃(Target)은 최근 분기 의류 판매량이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WSJ은 대부분 기업은 아직 관세 부과 가능성을 마케팅 캠페인에 포함하지 않고 있지만 일부 기업은 더 높은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해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오토존(AutoZone)의 최고 경영자 필립 다니엘은 관세가 오를 경우 자동차 부품 소매업체들은 관세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위(Lowe)의 최고재무책임자 브랜든 싱크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관세가 확실히 제품 가격을 오르게 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전미 소매업연맹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관세는 쇼핑객의 연간 소비력을 최대 780억 달러까지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


한편 온라인 구매를 추적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인 어도비(Adobe)에 따르면, 추수감사절(11월 넷째 주 목요일) 당일인 28일 미국인들의 온라인 지출은 지난해 보다 9% 증가한 61억 달러로 집계됐다.

미국은 추수감사절 바로 다음날인 금요일부터 크리스마스, 새해 시즌(홀리데이 시즌)까지 대규모 할인 행사를 연이어 진행한다. 최근에는 추수감사절 한주 전쯤부터 할인 행사를 시작하는 소매 업체들이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