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연구회, '피해자와 양형' 주제로 심포지엄 개최
"피해자구조금 지급, 가해자에 유리한 양형요소로 평가되긴 어려워"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2일 '피해자 양형'을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사진은 참석자들이 토론하는 모습/사진=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국가가 범죄피해자에게 먼저 지원금(범죄피해자구조금)을 준 뒤 가해자에게 구상금을 청구하는 것을 ‘피해 회복’이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피해자가 구조금을 받은 것은 국가의 책임 분담이지, 가해자의 노력과는 구별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산하 양형연구회가 2일 대법원에서 '피해자와 양형'을 주제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은 이같이 밝혔다.
범죄피해자구조금은 범죄로 신체적 피해를 본 피해자나 유족에게 국가가 구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후 국가가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가해자로부터 구조금 전액을 받지 못하며 국가 재원이 투입되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구조금이 지급됐다는 이유만으로 가해자가 감형이 받는 경우가 있다고 참석자들은 꼬집었다.
이날 이상원 양형위원장은 "최근 처벌불원, 피해 회복 등 피해자 관련 양형인자가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며 "범죄피해자구조금 및 구상금 납부 문제는 양형위원회에서도 현안으로 논의 중인 사안"이라고 밝혔다.
최준혁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범죄피해자구조금이 양형에 반영되기 위해선 그 성격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범죄피해자구조금의 구상금 납부가 양형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파악하기 위해선 범죄피해자구조금의 성격과 양형에서의 피해자 의사 및 피해회복 의미라는 두 가지 쟁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국가가 구조금을 지급한 후 구상권을 행사해 가해자가 채무를 변제하면 법원이 이를 가해자의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으로 참작해 유리한 양형 사유로 인정하는 판결은 피해자의 권리를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다"며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 실무적으로 범죄피해자구조금의 구상금 납부가 실제 선처사유가 되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유형웅 의정부지법 판사는 "진지한 반성 등 언론에서 특히 지적하는 양형인자들이 점차 판결이유에서 사라지는 경향이 있지만 기재되지 않았다고 해서 선고형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어떤 사유가 유리한 양형요소처럼 기재돼 있다고 해 피고인이 반드시 그것으로 큰 선처를 받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피력했다.
유 판사는 그러면서 금전적인 변상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는 것에 대한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심리적 요소가 결여된 채 단순하게 금전으로 변상됐다는 사정을 유리한 양형요소로 참작하는 것은 조금 과장하면 '속전'을 내면 처벌을 면하는 중세 사법제도와 같은 전근대적인 면모"라며 "피해회복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항상 주의할 필요가 있고, 그것이 '남의 돈으로 생색을 내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고 부연했다.
조미선 사법정책 연구위원도 "범죄피해자가 구조금을 수령했다 하더라도, 이는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임을 이행한 것이자, 국가공동체가 피해자의 손해를 함께 분담하는 것"이라며 "피해자의 피해회복이나 손해배상과는 구별된다"고 밝혔다. 이어 "구조금 지급이 가해자의 행위나 관여와 무관하게 이뤄진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범죄피해자 구조금 지급이 가해자에게 유리한 양형요소인 '피해회복'으로 평가되긴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이 시간 핫클릭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